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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1985

남영동 1985

조개나 보석류에 문양이 밖으로 돋아나오게 새기는 세공방식을 카메오(Cameo)라고 한다. 문학이나 영화에서도 주제가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만드는 인상적인 장면을 역시 이렇게 부른다. 특히 영화에서는 단역 우정출연을 카메오라고 일컫는다. 본래의 뜻으로 풀어보자면 주연이 돋보이도록 받쳐주는 역인데, 대체로 주연급 명 연기자 또는 잘 알려진 명사가 아주 짧게 나와 관객으로 하여금 예상 밖의 재미를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감독의 재치있는 디자인인 셈이다.

내가 지금까지 영화에 잠깐 출연 한 것이 두 번인데, 하나는 그 다음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 개봉이 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다. 둘 다 정지영 감독의 작품이다. 그와의 오랜 우정이 영화와 이런 인연을 갖게 했는데, 이걸 흔히 카메오라고들 하지만 원래의 의미로 보자면 사실 과분한 호칭이다. 이 영화의 진짜 카메오가 있었으니 그건 인재근이다.

무대에 올라 인사한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고문 기술자 이근안이 도리어 고맙게 여겨졌다. 그의 기술이 남편을 남영동에서 그대로 죽게 하지는 않았으니까." 박종철은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했으니, 아내로서는 삶과 죽음이라는 각도에서 이 사건을 바라볼 수밖에. 그 말에 가슴이 먹먹해지지 않은 이들이 없었다. 김근태는 결국 고문 후유증으로 세상을 떴으니 말이다. 이근안 역을 맡은 이경영은 "죄송하다"면서 울먹거렸다. 영화와 현실이 고스란히 겹치면서 무대와 객석을 숙연하게 하는 순간들이었다.

문성근의 차갑고 비열한 미소, 명계남의 야비하고 탐욕적인 눈빛, 이경영의 냉정하면서 잔혹한 폭력의 얼굴, 그리고 이 모든 것 앞에 발가벗겨진 채 절망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박원상의 혼신의 연기는 이 작품을, 아파하면서도 끝까지 집중하면서 보게 하는 명연기자들의 힘이다. 우린 그런 포악한 시대를 격투하듯이 살아오면서 여기까지 왔다. 지금 우리가 왜 이 영화를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감독 정지영은 이렇게 답한다. "아프라고. 우리가 이루어온 민주주의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희생을 거쳐 왔는지 망각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말 것이다." 객석의 뜨거운 박수를 받은 는 민주주의를 돋보이게 하는 역사의 카메오다.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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