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는 나와 타인이 마주할 때 주고받는 행위다. 이 행위는 찰나의 순간에 서로 간의 가치를 결정한다. 인사에 관한 불편한 진실 중 하나는 상대적 위치에 따라 인사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나눠진다는 것이다. 때론 상대의 태도 때문에, 때론 내 안의 어떤 조심스러운 마음 때문에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사를 하기 마련이다.
최근 영화배우나 정치인 등 사회적 공인의 인사 장면이 종종 화두로 떠오른다. 대부분 공식석상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사진과 함께 '폭풍 예절' '폴더 인사'로 정의되는 칭찬일색의 기사와 누리꾼의 댓글이다. 천 만 관객 돌파의 흥행에 대해 감사하는 영화배우, 부모가 가진 한 장의 투표권을 얻기 위해 아이에게 허리를 접는 정치인의 모습이 비난 받아야 할 것은 아니지만, 느낌이 좀 그렇다.
인사예절에 따르면 인사는 45도가 최선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15도 인사로 충분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인사의 배경에 특별한 사안이 있다면 45도 인사가 존중의 최대치란 얘기다. 고개나 허리가 직선에 가까운 인사는 상대에게 저항심을 갖게 하고, 지나치게 허리를 굽히면 저의를 의심케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모습을 적절하게 시야에 둘 수 있는 인사가 예절에 적합하다.
인사는 나에 대한 확신과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는 사람의 진심이 담겨야 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존재에 관한 숭고함 같은 정신인데, 이 정신은 삶의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적 관계에서는 물론 집단이나 국가 간의 관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특히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결과를 끌어 가는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 최근 일어난 한국과 일본, 일본과 중국의 정치적 문제의 해결과정을 봐도 알 수 있다.
기억해 보자. 우리가 타인을 만날 때 어떻게 인사를 했는지, 그 때 마음에 박혀 있던 의식은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십중팔구 나의 필요에 따른 인사를 건넸을 것이고, 받아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수준을 결정해 뒀을 것이다. 개인이나 사회나 필요이상의 고난을 겪고 있다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권리만큼 나의 책임과 의무를 인정하고 의식하는 인사다. /인터패션플래닝 대표 박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