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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가리봉 오거리



'중국 동포들의 보금자리' 가리봉 오거리

이제 서울에서도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보기가 꽤 수월해졌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양꼬치 구이만 하더라도 중국 동북지방 스타일과 신장 위구르 지역의 스타일을 각각 맛볼 수 있고, 그와는 또다른 중앙아시아식 양꼬치 구이까지 어렵지 않게 맛볼 수 있게 됐다. 그 중에서 서울 가리봉동은 중국 동북지방 스타일의 양꼬치 구이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맘 놓고 찾기 어려웠다. 중국 연변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폭력조직의 조직원들이 대낮에도 흉기를 휘두를 정도였는데, 그 때문에 전기충격기나 가스총을 소지하고 심지어 방탄조끼까지 입고 일하는 상인들도 있었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이제 흘러간 옛 일이 되었다. 지금은 이곳이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독특한 음식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꿩탕이나 훠궈, 그리고 연변식 냉면과 개고기 등 중국 동북지방 특유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지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에 들어온 중국동포들이 가장 먼저 짐을 푼 곳이자, 현재 을 자체 발행할 정도로 가장 많은 동포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기에 가능해진 일들이다.

경기도에 일산과 분당 등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건설인력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 1990년대 가리봉동은 인력시장이 들어서기에 더 없이 유리한 위치였고, 지하철2호선은 여성 동포들을 강남이나 중구, 종로 일대의 식당들로 실어 나르기에 맞춤했다.

이색적인 음식을 먹으며, 또한 '벌집'이라는 독특한 주거 형태도 만날 수 있다. 말 그대로 한 건물에 작은 방들이 마치 벌집이나 닭장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다고 해서 '벌집' 혹은 '닭장집'이라 불리는 집들이다. 애당초 지난 1960~70년대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들이 고단한 삶을 일궈가던, 깊은 애환이 서린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중국 동포들이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기 시작한 지 이미 20년이 흘렀다. 오는 주말, 가리봉동을 찾아 그네들이 갖고 온 음식을 먹으며 서로 간의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권기봉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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