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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사(正史)를 쓰는 일

정사(正史)를 쓰는 일

고대 중국의 '정사(正史)' 첫 자리에는 와 가 우뚝 서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는 기원전 97년 사마천이 완성했고 는 서기 80년경 반고가 정리했다. 두 책이 중국의 역사에서 정사로 인정을 받은 것은 두 저자가 살아있을 때가 아니라 후세 왕조 때의 일이다.

서양의 역사서에서 고전이라고 하면 단연 기원전 5세기 헤로도투스의 , 그보다 뒤인 투기디데스의 , 기원전 2세기 폴리비우스의 가 있고, 1세기 전후를 해서 살았던 리비우스의 까지 포함이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서구문명에서 '정사'의 개념은 없다는 사실이다. 기독교가 지배하면서 교리에서 정통과 이단의 분할과 투쟁은 있었지만, 역사서술에 그러한 개념은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정사'를 둘러싼 논쟁과 각축이 치열했다.

그렇다면 '정사'란 무엇인가? 정확한 역사인가? 아니다. '정사'는 말 그대로 바를 '정(正)', 그래서 이것이 정통성을 지닌 역사서라는 뜻이고 그 인정 여부는 중앙권력에 의해 이루어졌다. 정사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이단이라기보다는 야사(野史)다. 근거의 확실함 여부가 아니라 중앙권력의 평가가 정통역사의 권위를 좌우했으니, '정사'에 대한 판단기준은 권력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역사서술이 매우 정치적이었다.

그런 까닭에 중국의 정사가 곧 역사의 바른 표준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게 된다. 권력에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야사가 도리어 진실을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도 애초에는 정사의 반열에 들 수 없는 것이었다. 사마천은 한무제의 징벌을 받아 남자의 고환을 제거하는 궁형을 당하고 비극적인 처지에 놓인 채로 분을 삭이지 못해 이른바 '발분(發憤)'의 마음으로 를 집필했다. 권력을 역사 속에서 응징하겠다는 의지가 그 책 갈피 갈피에 스민, 피로 쓴 역사다. 후대의 권력자들은 사마천이 남긴 역사를 읽으면서 마음과 생각을 바로 잡아나간 것이었다.

그렇다면, '정사'란 단지 과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지침이 되는 역사의 맨 얼굴이다. 게다가 이제는 권력이 그 역사를 인정하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권력에 대해 분명하게 발언하고 있는가가 그 기준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정사'를 쓰고 있을까?

/ 김민웅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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