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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일반

해체적 사실 '아니무이다'

남자는 삼일째 병실을 들락거렸다. 간호사들의 대화에서 남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저 아저씨 608호 환자 맞아?" "환자가 아니무이다."

"ㅋㅋㅋ 보호자야?" "보호자도 아니무이다. 보상금 기다리는 철딱서니이무이다."

필자는 박장대소하다 주위사람들의 눈총에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아니무이다'는 하반기 최대 유행어다. 얼핏 들으면 상대방의 질문에 부정으로 일관하는 것에 불과한, 다소 버릇없다고 생각되는 말이다. 우리는 이 말을 기꺼워하고, 이 말로 소통하고, 이 말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사고의 폭이 넓어져 다양성과 개연성을 인정할만큼 성숙한 시민이 됐기 때문이다. 즉, 사물과 사건의 사실(Fact)을 분별해내는 해체적 시각을 갖췄다는 말이다.

해체적 관점은 하나의 거울을 수없이 많은 조각으로 나눠 풍경을 보는 것과 같다. 한 쪽면을 차지하고 있는 거울을 조각내 펼치면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다양한 풍경의 편린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전체로 인식됐던 이미지의 부분적 실체를 인정할 수 있다. 또, 각각의 조각들을 자신의 경험과 가치기준에 맞춰 조합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영특하고, 소름끼치도록 합리적이란 사실이다.

세일의 의미를 상실시키고, 이벤트와 할인판매에 치중하는 것도 모자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매장 상품을 판매하면서 매출은 백화점 계정으로 산입하는 백화점은 '백화점이 아니무이다'. 휴가 중에 헌팅에 실패해 여대생을 폭행하는 장교, 군사분계선을 넘어 온 적군의 존재를 감지조차 못하는 초병은 '군인이 아니무이다'. 계약직 여성에게 정규직전환을 미끼로 성상납을 요구하는 파렴치한, 폐교를 팔아 복지기금으로 쓰는 공무원은 '공무원이 아니무이다'.

사람들은 장난 삼아 '아니무이다'를 던진다. 장난 맞다. 그리고 장난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입장이라면 적어도 두 가지는 고려해야 한다. 첫 번째, '아니무이다'를 인정하는 태도. 두 번째, 자사가 가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해체적 사실을 확인하는 시간. 그래야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에서 살아 남고, 환골탈퇴해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문득 덧붙이고 싶어졌다. '대선은 대선이무이까?'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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