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시장'을 떠나는 사람들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홍콩의 특색 있는 거리가 사라져가고 있다.
퉁차이가 왕자오 길에서 수이취 길까지의 거리는 금붕어 상점들이 즐비해있어 '금붕어시장'으로 불린다. 1950년대 이 일대에 수레를 끌고 나와 금붕어를 파는 장사꾼들이 생겨난 뒤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금붕어시장 거리가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금붕어 시장의 임대업자들이 임대료를 계속해서 올리면서 전성기에 100개가 넘었던 금붕어 상점이 거의 반으로 줄어 현재는 58군데만 남았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못해 상점 주인들은 하나 둘씩 떠났고, 그 자리는 중국 대륙의 자유 여행객이 자주 찾는 드럭스토어와 식당이 대신하고 있다.
금붕어 상점 '169수족(水族)'의 예융쉬안은 금붕어 시장에서 20년 넘게 일을 했다. 하지만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예슝쉬안 가족의 금붕어 가게는 이달 말 타이쯔의 다난길로 이사가야 한다.
그의 아버지는 1985년 금붕어 거리에서 처음 가게를 열었다. 그 사이 월세는 약 8만 홍콩달러에서 12만 홍콩달러까지 크게 올랐지만 일일 매출액은 겨우 1만 위안밖에 되지 않아 인건비와 전기세 등을 빼고 나면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다난길은 인구 유동량이 금붕어시장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하지만 임대료가 4만 홍콩달러로 훨씬 싸서 이사를 갈 수 밖에 없다. 예융쉬안의 가게뿐만 아니라 다른 세 곳도 다난길로 이사를 간다.
금붕어시장을 떠나야만 하는 예융쉬안의 마음은 착잡하다. 그는 "많은 단골들이 제가 자라는 걸 봐왔죠"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그는 자주 가게에 나와 부모님을 도왔다. 하루 종일 부모님 곁에 있었고 숙제도 가게에서 했다. 그는 자신의 딸도 가게에 나와 있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예융쉬안은 "금붕어를 파는 일은 거의 대물림 되고 대개 어린 나이에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 상점 직원 아민은 "금붕어 시장은 이제 더 이상 금붕어 시장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며 "홍콩은 관광명소 하나를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