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 선입견을 품게 되는 영화들이 있는데, '용의자 X'는 영리하게도 이 영화가 미스터리 스릴러일 것이라 확신하게 만드는 제목을 가졌다.
보면 알겠지만 이 영화가 지닌 버라이어티한 반전의 첫 번째가 제목이다. 아주 '찐한' 멜로 영화이기 때문이다.
쓸쓸하게 사는 수학교사 석고(류승범)는 옆집에 이사 온 화선(이요원)을 사랑한다. 화선은 폭력적인 전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석고는 화선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담당 형사이자 석고의 고교 동창인 민범(조진웅)은 화선을 의심한다. 과연 천재 수학자 석고가 설계한 알리바이는 깨지는 것일까?
줄거리만 보면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가 맞는 것 같다. 특히 민범의 수사가 계속되면서 석고가 세운 알리바이가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고, 이어 석고가 새로운 알리바이를 만드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계속해서 두뇌 회전을 하며 봐야 한다. 관객들은 장르영화의 재미를 만끽하며 석고의 알리바이에 모두 넘어간 상태로 후반부를 맞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엔 두 가지의 큰 반전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첫 번째는 석고가 만들어낸 진정한 알리바이의 끝을 만나는 것이다. 동시에 미스터리 스릴러는 겉치레일 뿐, 그 속내는 외로운 한 남자의 목숨을 건 순애보라는 두 번째 반전이 드러난다. 이같은 반전은 관객들의 각각 뒤통수와 가슴을 치며 끝내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장르 영화와 디테일한 연출에 강한 방은진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인 '용의자 X'로 '배우 출신'이란 딱지를 뗄 수 있겠다.
류승범은 큰 표정 변화 없이 영화 속 인물들과 관객 전체를 속여야 하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가슴 뭉클한 사랑의 진정성도 전달해야 했다. 20대의 그가 본능과 열정으로 연기했다면, 30대로 들어선 지금은 머리와 가슴으로 연기하고 있어 반갑다. 아마 30대의 류승범은 이전보다 훨씬 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