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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눈에 띠지 않는 삶의 공간 '반지하방'



눈에 띠지 않는 삶의 공간 '반지하방'

'반지하방'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고 서울에 올라와서의 일이다. 지금이야 흔한 주거 형태라지만 3층 이상의 빌딩을 찾아보기 힘든 시골에서 살았던 탓일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반지하방을 볼 수 없었다. 아무리 경제 형편이 어려워도 '한지붕 세가족'으로 세들어 살지언정 땅 밑에서 사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은 달랐다. 원룸이나 하숙방을 구할 형편이 안 되거나 기숙사 추첨에서 떨어진 지방 출신 동급생들, 특히 부모가 입학 직전 터진 'IMF 구제금융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친구들이 몸을 눕힐 수 있는 곳이라고는 반지하방이나 옥탑방이 전부였다.

문제는 생활 환경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는 것이다. 옥탑방은 여름 내내 삼복더위요, 겨울 내내 엄동설한이었다. 반지하방은 사정이 더욱 열악해서 통풍이 안 되니 수건이 마르는 것은 고사하고 곰팡이 냄새가 가실 날이 없었다. 심지어 정화조보다 깊은 나머지 화장실조차 없는 곳도 있었는데, 그런 집에서는 주인집 화장실을 써야 했지만 그마저도 주인이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나 가능한 일이었다.

2년 전의 일이다. 추석 연휴에 발생한 집중호우로 신월동 등 서울 서부지역 1만2천여 반지하방이 침수되는 사태가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서울시 관계자가 반지하방 침수 피해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겠다며 "앞으로 반지하방 신규 건축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작 반지하방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그나마 몸을 누일 수 있던 반지하방의 임대료마저 오를 것이란 신호 혹은 '철거 대책'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수도권의 약 826만 가구 중 6.9퍼센트에 달하는 57만여 가구가 옥탑방이나 반지하방, 심지어 지하방 생활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마저도 없어 빛 도 들어오지 않는 '고시원'이나 '쪽방'을 전전하는 이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데, 그 규모가 4만9천여 가구, 무려 15만 명에 달한다.

/권기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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