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은 개인이다
사람들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인터넷과 SNS에 의지하는 만큼, 그 의존도는 날로 높아지는 것 같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더 눈에 띄는 것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당사자와 직면하는 대신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에 올리는 것이다. 한 때는 유명인의 과오를 '폭로'하거나 공공장소에서 행패 부리는 타인을 '고발'하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그 범위가 보다 좁혀지고 보다 사적인 영역으로 들어왔다. 이젠 너와 나의 문제에 대해 타인들이 대거 개입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공과 사의 경계가 점점 이렇게 없어진다.
물론 '뒷담화'니까 손쉽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고 약자가 강자에게 대놓고 대들 수 없는 환경에서 이렇게라도 억울함을 호소해야겠다는 마음은 이해간다. 그러나 모진 나는 스트레스해소가 너무 쉽거나 익명성에 기대는 것이 아쉬웠다. 익명의 사람들에게 너무 쉽게 위로 받고 포기하는 게 차라리 더 억울하지 않을까? 나는 그 모든 이유 막론하고서도 정면돌파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나의 이런 생각은 공격받기 쉽다. 외국에서 성장한 내가 한국 특유의 처절한 상황을 잘 몰라 지나치게 낙천적이거나 '나도 했는데 왜 너는 못하니'식의 강자의 논리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네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타고나서 정면돌파를 할 수 있지 않았겠니, 그래 너 잘 났다, 식의 비아냥을 듣기도 쉽다. 그런 오해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시선을 정면에 두지 않고서는 도저히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는 현실이다. 특히 일 관련해서는. 이것은 무조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가서 좋은 직장 취직해서 강자가 되라는 처세와는 다른, 평생의 인생살이에 대한 태도의 문제다. 사회적 제도가 약자를 지원해야 하고, 개개인이 그를 위해 연대하는 것도 맞지만 때로 우리는 개인이 힘이 없다고 처음부터 너무 쉽게 단정짓거나 혹은 개인적 문제를 필요이상으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하는 게 아닐까.
글/임경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