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한 팝콘 냄새, 붉은 객석 의자, 초대형 스크린….
76년 역사를 자랑하는 캐나다 밴쿠버 웨스트브로드웨이의 할리우드 극장이 '초대형 교회'로 탈바꿈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관객수가 급감해 주말마다 텅비어 있던 500여 객석은 모처럼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최근 이 지역의 소형 교회들은 예전처럼 독실하게 교회에 나오는 신도의 숫자가 줄어들자 다양한 생존 전략을 찾아 나섰다. 뜻이 맞는 교회끼리 통합을 하는가 하면 젊은 세대를 끌어 오기 위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탄생한 게 극장형 교회다. 대형 스크린과 편안한 의자,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영화 상영관이야 말로 청년층은 물론 가족 단위 신도들을 맞이하기 위한 최상의 조건이기 때문.
매주 교회에 가는 캐나다인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캐나다인의 21%가 매주 일요일 교회에 가는 반면 33%는 종교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20년 전 캐나다인 3명 중 1명이 매주 교회에 나갔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변신을 꾀한 교회에는 신도들이 넘쳐난다.
할리우드 극장의 대변인인 사라 키프드는 "기독교 신자가 줄어드는 요즘 할리우드 교회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전통적인 교회의 딱딱한 틀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 나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도 극장식 교회에는 좀 더 쉽게 발걸음을 옮기고 설교도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설명이다.
'임마누엘' 교회의 시몬 닐 목사는 얼마 전 이스트 브로드웨이 리오 극장에 예배당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닐 목사는 "교회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우리 교회에 오는건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마누엘 교회뿐만 아니라 최근 밴쿠버에 있는 교회들은 극장이나 카페를 예배 장소로 선택하고 있다. 또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맞춰 찬송가를 부르고 교회 홍보를 위해 SNS와 모바일 앱도 적극 활용한다.
닐 목사는 "세대가 바뀌면 그 세대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는 게 당연하다"면서 "요즘 트렌드를 익히고 구닥다리 설교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하나님 말씀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햄스 기자·정리=조선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