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니 전쟁
'포에니 전쟁'은 로마를 지중해의 으뜸가는 패자로 일어서게 하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기원전 264년부터 시작되었던 이 전쟁은 당시 지중해의 최강 해군력을 가진 아프리카의 카르타고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한 로마 사이의 일대 혈전이었다.
포에니라는 명칭은 페니키아에서 온 것으로, 카르타고가 페니키아 유민의 건국으로 유래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페니키아 인들은 팔레스타인 해안 지역에 거주했던 종족으로, 지중해 동부에서 해상무역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카르타고는 페니키아 시절부터 그랬던 것처럼 해군력을 위주로 하는 제국을 건설했다.
두 나라의 중간에 시칠리아 섬은 내부의 반란 사태에 직면하여 한쪽은 로마, 다른 한쪽은 카르타고에게 지원요청을 해 이것이 로마와 카르타고의 정면충돌로 이어지는 포에니 전쟁의 시발이 된다.
그리스 출신의 역사가 폴리비우스가 쓴 는 바로 이 전쟁을 통해 로마가 어떻게 제국으로 급성장했는가를 분석하고 기록한 책이다. 국내번역이 아직은 없는 폴리비우스의 저작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최초로 바다 건너 해외파병을 한 지상군 위주의 로마가, 변변한 함대 하나 없어 카르타고 해군에 의해 전멸했던 상황을 일거에 뒤집는 대목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로마군을 깔보고 해안지대 너무 가까이 배를 대다가 파선한 카르타고의 군선 한척, 이것이 로마가 카르타고를 대신해서 지중해 최대의 해상세력으로 발돋음하는 기초가 되었다. 로마는 이 배를 모델로 선박 건설에 열중하고, 모래사장에서 일렬종대로 배를 젓는 훈련을 한다. 가당치도 않아 보였던 이 노력과 행동이 로마에게 해상에서도 승세를 잡게 하는 바탕이 된다.
전쟁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리한 처지를 역전시키는 지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함이다. 문명이란 어차피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나갈 수 없는 것이고, 결국 제대로 잘 빌려 쓸 줄 아는 쪽이 대세를 바꾼다.
지혜와 지식을 가장 잘 빌려 쓸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책을 통해서다. 파선한 적의 배 한척으로도 세상을 흔드는 힘을 만든 이 나라는 이후 지상 최대의 도서관을 도처에 짓는다. 폴리비우스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며 그의 책이 저절로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이 나라는 지금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바로 옆에 있는 책도 손에 잡지 않는 나라와 고대 로마 사이의 격차는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