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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감기와 고춧가루



요즘 감기가 유행인데 이럴 때 소주에 고춧가루 타서 마시면 감기가 바로 떨어진다고 한다. 물론 농담 삼아 하는 말일 뿐 실제 행동에 옮기면 감기가 낫기는커녕 대부분 부작용에 시달린다. 그런데 왜 "감기에는 소주에 고춧가루 타마시면 특효"라는 말이 생겼고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고 있을까?

사실 감기치료 목적은 아니지만 우리 조상들이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서 마신 역사는 꽤 깊다. 한반도에 고추가 처음 전해진 임진왜란 직후부터다.

고추를 처음 맛본 조선 사람들은 예전에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매운 맛 때문에 고추를 거의 독약 정도로 취급했다. 광해군 시절, 이수광은 지봉유설에다 고추에는 강렬한 독이 들어 있는데 술집에서 왕왕 고추를 심는다고 적었다. 맹렬한 성질을 이용해 소주에 고추를 타서 팔기도 하는데 그 술을 마시고 죽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기록했다. 고추가 전해진 초기, 주막에서는 고추를 조미료가 아닌 소주 첨가제 정도로 사용했던 모양이다.

고추가 아무리 맵기로서니 고춧가루 탄 소주를 마시고 사람이 죽었다는 말이 납득이 안가지만 조선시대 소주라면 그럴 수 있다. 요즘과 같은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순수 증류주였기 때문에 알코올 도수가 50도를 훌쩍 넘었을 것이다. 숙종 때 청나라를 다녀온 이의현이 경자연행잡지라는 기행문에 "북경 사람은 우리 소주가 너무 독하다며 마시지 않고, 마시더라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독한 배갈(고량주)을 마시는 중국인들이 조선 소주를 보고 독하다고 할 정도였는데 거기에 맹렬한 성질의 고추까지 섞었으니 마시다 죽는 사람이 나올 법 했다. 그러니 감기 걸린 사람이 고춧가루 탄 소주를 마시다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면 그까짓 감기 떨어지는 것쯤이야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속설의 근거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윤덕노(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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