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일반

[권기봉의 도시산책] 역사의 옷을 입은 백화점



역사의 옷을 입은 백화점

백화점에 가면 일관된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실내에 시계와 창문이 없다는 것이다. 쇼핑객들, 특히 가정주부들로 하여금 귀가 시간을 걱정하지 않고 쇼핑에만 집중하게끔 하려는 심리적인 전략의 하나다. 행여 창문이 있는 오래된 건물에 입주한 초창기의 백화점들이 옛 건물을 헌 뒤 새로 짓는 경우가 많았던 이유이다.

이 땅에 들어선 최초의 백화점은 1906년 지금의 서울 명동 사보이호텔 자리에 들어선 미츠코시 오복점이었지만 건물은 남아 있지 않다. 현존하는 백화점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지난 1930년 10월 말에 문을 연 미츠코시백화점 건물로, 현재 신세계백화점 본점으로 쓰이는 그 건물이다. 7300여 제곱미터 면적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였고, 개장 당시 종업원 수는 360여 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 건물 역시 2000년대 들어 결국 헐릴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실내는 비좁고 쇼핑객은 늘어나는 데 반해 중앙계단이 너무 넓고 창문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신세계백화점 측이 옛 건물을 헐고 새 건물을 지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건축사학자들과 신세계백화점 측의 지난한 논의 결과,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는 선에서 리모델링을 마쳤다. 건물 외벽의 질감을 원래와 비슷하게 유지했고 중앙계단이나 발코니 난간, 기둥머리 장식 등의 원형을 살렸다. 서울역이나 신촌역은 보존을 하기는 했지만 새 건물에 짓눌린 모양새라 마치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옛 대법원을 리모델링한 서울시립미술관은 건물의 앞면만을 남기고 전체를 새로 지은 데 반해,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옛 모습을 최대한 간직하고 있다.

일반적인 건축보다 3배 이상의 비용과 6개월의 공사기간이 더 필요했지만, 그러나 그건 바보같은 결정이 아니었다. 고전적인 모습 때문에 도리어 VIP 고객이 늘었고, 1인당 쇼핑금액도 가장 많은 축에 속하는 백화점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역사의 옷을 입은 백화점이 효자가 된 셈이다.

/권기봉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