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에 모자라는 세수를 메우기 위해 '교통딱지'를 많이 뗄 것 같다. 새해 예산안에 과태료와 과징금 징수 규모를 크게 늘려 잡았다. 일반회계 세외수입 가운데 벌금 몰수금 과태료 수입으로 3조 6601억 원을 계상해놓고 있다. 이는 올해보다 12.1%가 늘어난 것이다. 증가율 면에서도 전체 예산 증가율 5.6%보다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사실 지금의 경기전망으로 보아 전체 예산규모 자체에 많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예산은 '균형'보다는 '확대'로 기울고 있다. 이러한 판에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벌금을 비롯해 몰수금, 과태료를 많이 물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문의 담당부처는 대체로 법무부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이다. 이들 3개 부처 가운데 법무부를 제외하고 마치 담합(?)이나 한 듯 대폭적인 증수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바로잡자는 뜻에서 어느 정도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청이 잡고 있는 1조원에 가까운 9980억 원의 내년도 수입목표액은 한마디로 '교통딱지'를 많이 떼어 충당하겠다는 의도이다. 올해 예상되는 8987억 원에 비해 11.1%나 늘어난 규모이다.
이러한 수입은 교통질서위반사범과 경범죄처벌법에 위반되는 범칙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범칙금 인상계획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따라서 대다수 국민들이 차량속도나 신호위반을 많이 하지 않으면 목표달성이 어렵다. 그렇다면 단속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우선 속도제한 구역을 많이 늘리거나 경찰력을 동원해 교통질서 위반사범을 적극적으로 적발하게 될 것이다. 심지어는 그동안 잠잠했던 함정 단속이나 몰래카메라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
사실 소액 벌금이나 과태료는 가벼운 경범을 다스리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불과하다. 예산상으로도 세외수입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기업회계측면에서 보면 잡수입에 가깝다. 다시 말해 예산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공공질서를 바로 잡아 밝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 기본취지이다.
이러한 본질과는 달리 대다수 국민들을 경범죄자로 만들어 부족한 예산 수입을 메우려는 발상은 애초부터 잘못됐다. 국민에 다가가는 정부라면 오히려 예산에 관계없이 벌금이나 과태료 수입은 오히려 줄어드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경기불황과 실업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부담을 주면서 불쾌지수를 높이는 일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후보마다 민생경제를 살리고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하는 마당에 정부에서는 오히려 역주행을 하는 느낌이다. 앞으로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어떠한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