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리뷰
■ 파괴자들
31일 개봉될 '파괴자들'의 진짜 주인공은 메가폰을 잡은 올리버 스톤 감독이다.
올해 66세인 그는 '스카페이스' '이어 오브 드래곤' '코난'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 출발해, 베트남전 참전의 경험을 녹인 '플래툰' '7월 4일생' '하늘과 땅' 등 베트남전 3부작으로 '문제적 감독'의 칭호를 얻었다.
민감한 사회 문제를 저돌적으로 파고 드는 주제 의식과 에두르지 않는 '과유불급'의 표현 기법이 매 작품마다 찬반 양론을 불러일으키곤 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장단점이 매우 극명하게 대비된다.
벤(애런 존슨)과 촌(테일러 키치)은 마리화나를 재배한다. 오필리아(블레이크 라이블리)란 이름의 여성을 사이좋게(?) 공유할 만큼 '절친'인 이들에게 남미 최대 마약조직의 행동대장이자 사이코패스 킬러인 라도(베네치오 델 토로)가 "우리와 손잡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협박 메시지를 보낸 뒤 오필리아를 납치한다.
이 영화는 마약 커넥션에 얽힌 다양한 인간군상의 종잡을 수 없는 이면을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조직의 무자비한 여두목 엘레나(셀마 헤이엑)가 사이가 소원해진 딸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벤이 마약 재배로 벌어들인 돈을 아프리카 기아들을 위해 선뜻 쾌척하는 모습 등은 선악의 이분법적 구분을 경쾌하게 무너뜨린다.
캐릭터들은 과격하고 거침이 없어,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짜릿하다. 라도는 하드코어 호러물의 살인마 못지 않게 끔찍하고, 마약에 취해 쓰리섬마저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세 남녀는 대담하기 짝이 없다.
아쉬운 점은 2시간 넘게 숨가쁘게 달려 도착한 결말부에 이르러선 정작 '뭘 얘기했던 거지?'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강렬한 캐릭터들과 지나치게 에너지 가득한 이야기 전개가 보는 이들의 결론 도출을 오히려 방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톤 감독이 전작 '내추럴 본 킬러' 시절로 돌아가 용두사미의 허무한 끝맺음을 반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곧 칠십대로 접어들 백전노장이 젊은 시절의 혈기를 되찾은 것은 무척 반갑다. 그를 좋아했던 관객들에겐 놓쳐서는 안될 문제작이다. 당연히 청소년 관람불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