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100세 시대를 낯설어하지 않는다. 의심도 않고 별 다른 기대도 없다. 노인연금부족, 노동나이연장, 사회고령화 등의 문제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들의 논쟁일 뿐이다. 관심을 갖는 화두는 치매치료, 암 정복 정도가 아닐까 싶다.
" 100세 시대를 맞은 사람들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질까요?"
"우주 아닐까요?"
필자의 답변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정치인 A씨는 이내 흥미롭다는 듯이 이유를 물어왔다. 앞서 나열했던 화두들은 이미 식상해졌다. 뉴스에 너무 많이 나와서라기 보다 체감 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또 사람은 마음 속에 품은 근원적인 열망을 능동적으로 꺼내지 않는 속성이 있어 제3자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우리는 힘들다고 느낄 때 떠나고 싶어 한다. 나를 둘러싼 현실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고 마음을 다 잡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한다. 난감한 현재에 용기로 맞서느니 현재를 버리고 다른 차원의, 미지의 현재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선택하려는 욕망을 키운다. 30대만 넘으면 이민에 대한 생각을 하고, 40대에 접어들면 낙향이나 전원생활을 그리고, 50대면 자식과 지인을 곁에 두는 것보다 보상받지 못했던 나만의 삶을 동경한다.
100세를 산다고 생각하면 삶에서 무엇이 더 새롭고, 매력적이고, 만족할까. 이제까지 살아 온 환경이 지긋지긋하고, 관계에 신물이 나고, 밀려드는 회한에 우울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나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곳, 내게 켜켜이 쌓여진 삶의 더께를 발라낼 수 있는 곳, 그래서 남아 있는 단 하루라도 속 편하게 살수 있는 곳으로 나를 옮기고 싶어할 것이다. 사람들이 과학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우주에 대해 관심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 측면에서 나로호의 3번째 발사 연기는 아쉽다. 더군다나 발사연기의 원인분석마저 러시아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망이 크다. 남의 집에서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리든 폭발되든 연기되든 그러려니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우리 집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모자라 해결책마저 남의 집에 맡기는 지경이라면, 좀 비참하다.
SF영화를 보면서 '에이, 말도 안돼'라는 생각을 가져본 게 언제인가. 우리는 우주를 꿈꾸는 게 아니라 기다리고 있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