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일반

우리가 원하는 '마루치'와 '아라치'

수나라를 살수대첩에서 물리친 고구려의 을지문덕(乙支文德)은 이름이 아니다. "을지"는 군권(軍權)을 가진 이의 직함이고 "문덕"은 왕이 내려준 시호이다. 을지는 우리말 우루치를 한자로 옮긴 것으로, 군의 위계상 위에 있는 존재, 즉 대장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문과 덕을 갖춘 장수라는 뜻이 된다. 을지문덕 장군의 장군은 그래서 군더더기가 된다.

신라의 시조 김알지(金閼智)의 "알지"도 아라치의 한자 역으로, 알 즉 근본이 되는 수장이라는 뜻을 가졌다. "치"가 붙는 말은 본래 힘을 쓰는 위치에 있는 인물을 가리켰다. "양을 치다"나 "사람을 주먹으로 치다"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치"는 위력적 존재에 대한 표현이었다.

여진의 수장 누루하치나 다루하치가 다 그런 의미를 가진 요동지역의 언어흔적이다. 누루하치는 누리를 다스리는 자, 다루하치도 다스리는 자가 된다. 대막리지 연개소문의 막리지(幕離支)도 마루치의 한자역이다. 마루는 높다는 뜻이고 클 대자 붙었으니 대원수라고나 할까. 이 "치"는 나중에 의미가 전락해서, 그 치, 저 치, 장사치 등으로 본래의 위상을 잃게 된다.

신라의 왕 마립간(麻立干)은 마루한 또는 마루칸으로서 높은 위치에 있는 칸, 왕 등의 의미를 갖는다. 이런 식의 명칭을 보면, 애초에 우리 식 군장개념이 있었고 그걸 표현하는 언어도 존재했는데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를 상실해갔다고 하겠다. 물론 우리글이 생긴 것은 한참 뒤 조선조 중엽이었으니 당대로서는 우리의 말과 발음에 가장 가깝게 기록한 이름이라고 하겠다.

이 명칭들을 보면 알(근원), 누리(온 세상). 마루(높은 뜻) 등의 의미를 지닌 것을 알 수 있다. "알다"의 "알"도 사실은 어떤 것의 근원에 대한 지식이 있을 때 쓰는 말이라는 점에서 그 앎의 깊이가 만만치 않아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이들 지도자들의 위상도 위상이지만 그 내면에 품은 뜻의 크기와 높이, 그리고 깊이다.

근원적 사유, 넓은 시야, 높은 뜻 이런 것이 지도자의 내적 품성과 본질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석한다면, 무릇 수장은 어떤 인물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의 차원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린 지금 어떤 마루치, 어떤 아라치, 어떤 다루하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깊고 보는 것이 광활하며, 뜻이 하늘처럼 높다면 얼마나 좋을까?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