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경제>경제일반

[권기봉의 도시산책] 거리의 지뢰 '볼라드'

서울 신교동, 그러니까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 지역에 국립서울맹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내년이면 개교 100주년을 맞는 유서 깊은 학교로 시각장애 학생 250여 명이 재학 중이다.

한 달에 두어 번 공부모임이 있어 근처를 지나다 보면, 지팡이로 점자 유도블록을 두드려가며 능숙하게 걷는 학생들을 만나곤 한다. 그런데 종종 위태로운 모습도 보게 돼 간담이 서늘해진다. 2킬로미터가 채 안 되는 짧은 거리임에도 '볼라드', 즉 차량들이 인도로 진입하는 걸 막으려고 세워놓은 기둥들에 학생들이 무릎을 부딪히는 상황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한국의 도로는 지극히 위험천만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도 정지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자동차 운전자들이 많고, 심지어 인도로까지 올라오는 오토바이나 차량들이 부지기수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볼라드를 설치한 것이지만, 문제는 그 볼라드들마저 오류가 많다는 점이다.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진입 억제용 볼라드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면 안 된다.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해 높이가 80∼100센티미터, 지름 10∼20센티미터, 간격은 1.5미터 내외여야 하고, 행여 보행자가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부드러운 재질의 고무나 플라스틱 등으로 된 볼라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멘트나 화강석 혹은 강철로 만든 볼라드들이 대부분이다. 높이도 어중간해서 자칫 부딪히면 부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바닥에 깔려 있는 점자 유도블록에도 한계가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점자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 유도블록의 밝고 선명한 노란색에 의지해 길을 걷는 경우도 많은데, 신축 건물의 경우 외벽의 색상을 고려해 노란색이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은 파악하기 힘든 은색이나 회색, 검은색 점자 유도블록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몇 년 동안은 '디자인 도시'를 만든다며 그나마의 점자 유도블록을 없애버리기까지 했다.

지난달 말, 고작 서너 걸음을 떼지 못해 화재연기에 질식해 숨을 거둔 지체장애인 고 김주영 씨의 부음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며칠 뒤에는 부모가 일을 나간 사이에 단둘이 집을 지키던 뇌병변 장애 소년과 누나가 화재로 중태에 빠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극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권에 대한 '일상적 감수성'은 지극히 열악하기만 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