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손석희 성신여대교수가 공통의 화제를 만들었다. 두 사람이 30일 업무에 각각 지각을 한 것이다. 손교수는 MBC FM '시선집중'에, 김지사는 용인KTX현장에서 열린 '찾아가는 실국장회의'에 늦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업무 자리에 늦었으니 세간의 이목은 당연히 집중됐다.
재미있는 것은 이 지각에 대한 결론이 '인간적이다' '건강이 걱정스럽다'로 일관됐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두 사람이 자신의 직무에, 삶에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평소 두 사람에 대해 평가를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들조차 위로와 지지가 필요한 순간에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줬다.
최근 한 중소기업 대표 P를 만났다. 그런데 P는 실무적 컨설팅 외에 경영전략적 컨설팅을 요구했고, 그 핵심이 바로 직무에 대한 직원들의 태도 문제였다. 영업실적이 덜 나는 것은 견딜 수 있으나 직원들의 근무태만과 일상화된 지각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인턴으로 근무하는 직원들조차 지각이 생활화된 것 같다며 탄식을 이어갔다. 필자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두 가지 생각을 했다. 내 회사는 어떠한가, 누구를 탓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지각을 빈번하게 하는 이유?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는 것, 일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 사회적 활동의 가치를 높이는 것 등에 대한 욕구가 적은 탓이다. 예전에는 부유한 집안을 가진 근로자에게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나 요즘은 보편적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직장 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다고 믿는다. 즉 '내가 좀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각과 근무태만에 대한 부정적 인지자체를 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을 빠르게 감염시킨다.
손석희 교수와 김문수지사는 지각소동에서 약속이나 한 듯 변명하지 않는 태도를 드러냈다. 중요한 것은 왜 그랬을까가 아니다. 그렇게 한 것이 일과 삶에 대해 그들이 지닌 기본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남들도 다 그렇다는 말을 앞세워 스스로에게 너그럽지 않았으면 한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