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를 가로지른 율곡로 일부 구간을 터널화해 기존의 녹지로 복원하는 사업이 한창이다.
창경궁과 종묘는 원래 담장을 사이에 두고 숲으로 연결돼 있었다.
현재의 율곡로는 동십자각 삼거리에서 창덕궁 돈화문까지 경복궁과 창덕궁 연결하는 중요한 길이었다.
하지만 일제는 1909년 창경궁 안의 전각들을 훼손하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설치했다. 1924년부터 밤 벚꽃놀이를 시작했으며 1931년에는 창경궁과 종묘를 잇던 언덕을 밀어내고 원남동 사거리까지 도로를 냈다. 창경궁과 종묘사이에는 일본식 육교 하나가 만들어졌다. 그렇게 8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서울시는 2011년 5월 창경궁과 종묘를 잇는 본래 모습을 찾는 사업을 시작했다.
당초 복원 계획에는 1931년 발간된 '조선고적도보'를 근거로 옛 담장의 모습과 형식을 살리고, 고증과 자문을 통해 문의 위치와 형태 등을 복원한다는 계획이었다. 시민들은 시의 이같은 방침에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복원 방식을 둘러싼 파열음이 높아가고 있다. 지난해 4월 이 구간에서 문화재 발굴 조사 작업을 벌이던 중 종로 순라길에서 종묘 옛 담장의 기초석 유구가 발견되면서 이견이 제기됐다.
지역 사회와 문화재 관련 시민단체들은 시가 건설하는 8m 높이의 '쌍굴 아치형 파형강판 터널'은 종묘 담장의 원형을 복원할 수 없게 되고, 혹시 더 있을지 모를 유물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와 우리문화재바르게지킴이 등은 "6m 높이의 '단굴 강합성 지중아치 터널'을 통해 문화재를 원형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단체 등은 지역 주민과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4일 오전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시의 세계문화유산 파괴하는 엉터리 터널공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시가 기존 터널 방식을 고수할 경우 일제에 의해 끊어진 맥을 역사를 회복하는 복원사업이 아닌 새로이 만들어지는 토건사업일 뿐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쌍굴형 터널의 시공비가 더 저렴하고, 하루 8만대가 통행하는 이 구간에 운전자들의 충분한 시야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세계가 인정한 문화유산인 종묘와 창경궁, 창덕궁을 잇는 사업은 단순히 시민편의시설을 건립하는 일과는 다르다. 역사와 문화, 민족적 자부심이 녹아들어 있는 자산인 만큼, 복원은 원형복원이 원칙이 돼야 한다. 시와 전문가 등 관련 단체, 지역사회의 슬기로운 소통과 토론을 통한 지혜가 필요한 때다./배동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