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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모놀로그] 인생은 직선이 아니니까

내가 회사원이고 그녀가 글쟁이일 때부터 알고 지냈던 후배가 있다. 그런데 이제는 마치 옷을 고스란히 바꿔 입은 것처럼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우리가 이렇게 입장이 바뀔 거라고 누가 알았을까?

"그러니깐요."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말을 아꼈다. 헌데 누가 묻기라도 한 듯 그녀가 먼저 내 입을 막았다.

"조금만 다니다가 관두고 바로 다시 글 쓸 거예요. 그냥 잠시 선배 일을 도와주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조금만 다닌다더니 그 후로도 그녀는 계속 그 회사에 다녔다. 지난번에 보았을 때의 한시적 적응 도중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바쁘고 정신없다고 하소연했지만 이제 커리어우먼의 각이 딱 잡혀 있었다. 한때 느껴졌던 자유 영혼 특유의 나른함은 예민함과 날카로움이 대신하고 있었다.

"반년만 하고 나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이 년째 다니게 되네요."

그녀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 그럼 더 재미있게 열심히 잘 다니면 되지, 뭐가 문제야."

"그런 말 해주는 사람은 주변에 언니밖에 없어요. 다 왜 다시 글 안 쓰냐고, 왜 꿈을 포기하느냐고 뭐라고 하더라고요. 슬슬 이제 다시 글 쓸 때가 되지 않았냐고."

자꾸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하니 마치 자신이 꿈을 저버린 변절자가 돼버린 것 같아 죄책감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일을 생각보다 잘했고, 그래서 여태 해올 만큼 좋아하게 되었다. 이제 그녀는 그 회사에서 전문적인 경험을 쌓고 퇴사해서 프리랜서로서 1인기업을 잘 운영하고 있다. 이제 글쟁이였던 그녀의 모습이 가물가물하다.

살면서 가장 불행한 순간은 '내가 좋아하지 않은 일을 억지로 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물리적으로 자각할 때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좋아하고 제법 잘하고 있다'라고 믿었던 그것을 사실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썩 잘하지도 못하고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그동안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까워서 안타까운 것만은 아니었다. '나도 변할 수가 있구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꽤 그 당시엔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절이 변하듯 우리 모두는 변할 수 있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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