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인터넷 연예 관련 소식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신조어는 아마 '먹방'일 것이다. 정체불명의 이 단어는 연예인과 음식이 결합된 뉴스에는 어김없이 들어가는 단골 메뉴가 됐다.
원래 '먹방'이란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인터넷 개인방송에서 유래한 말이다. BJ(방송자키)라 불리는 진행자가 컴퓨터 카메라 앞에 앉자 배달 음식을 시켜먹거나, 직접 요리를 하며 먹는 장면을 중계하는 식이다.
이런 설명만 듣고서는 "무슨 황당한 짓거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먹방'은 개인 인터넷 방송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이쪽 세계에서 큰 인기를 이어왔다. 10대들에게는 새로운 유형의 놀이로 정착했고, 20~30대에게는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식탁문화로 확산했다.
그러나 최근 연예가에서 쓰이고 있는 '먹방'은 유명인들이 맛깔나게 음식을 먹는 동영상이나 그런 모습을 캡처한 사진으로 의미가 변형됐다. 가장 대표적인 '먹방 스타'가 배우 하정우와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 출연 중인 윤후다.
'화끈하게' 음식을 먹는 모습은 이들을 대표하는 인기 이미지가 됐고, 여기저기서 패러디 열풍이 일었다. TV 프로그램들은 앞다퉈 방송 중 스타들의 먹는 사진을 홍보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스타들이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사진 찾기가 유행으로 자리잡았다. 과거에는 '굴욕 사진'으로 불릴 사진들이 이제는 호감도를 높여줄 대표 이미지로 사용되고 있어 연예인들도 환영하는 눈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먹는 행동에 이처럼 대중이 열광하는 이유는 스타들 역시 삶의 근본적인 욕망 앞에서는 우리와 똑같다는 동질감 때문이다. 더 나아가 최근 연예가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사건·사고들을 접하며 느낀 인간적인 실망감도 이 같은 분위기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방의 여심을 사로잡던 스타가 하루 아침에 성폭행 사건에 연루되는가 하면, 방송에서 '연하 킬러'의 이미지로 웃음을 주던 스타는 전자발찌를 찰 위기에 놓이는 등 대중은 두 얼굴의 연예계를 정면으로 목격하고 있다. 심지어 많은 여성 연예인들이 약에 취해 활동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도 접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충격적인 뉴스에 내성이 생길 정도다.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사는 스타들이 정작 보여줘야 할 것은 '먹방'이 아닌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