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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처녀도 임신하게 만드는 오이



어르신들은 "과년한 딸이 있다"고 말한다.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나이가 많아 혼기를 놓친 딸이 있다는 뜻이다. 한자로 과년(過年)이다. 결혼 적령기의 딸이 있다는 말도 된다. 이때는 과년(瓜年)이라고 쓴다. 여기서 '과'는 오이라는 뜻이다. 결혼 적령기가 '오이의 나이'라는 것인데 암호도 아니고 도대체 무슨 말일까?

오이 과(瓜)를 쪼개면 여덟 팔(八)자, 두 글자로 나뉜다. 8과 8로 분해되는 것인데 합치면 열여섯이다. 오이의 나이인 '과년'은 열여섯 살이라는 뜻으로 옛날에는 결혼할 나이를 의미했다. 지금 열여섯 살은 중학교 3학년이니 결혼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지만 성춘향이 이몽룡을 만났을 때 나이가 이팔청춘, 열여섯 살이었다.

왜 여자나이 열여섯을 결혼할 나이라고 했을까? 요즘은 초경이 빨라졌지만 예전에는 보통 열여섯 살 무렵에 생리를 시작했다. 다시 말해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니 어른이 됐다는 뜻이니 오이의 나이인 과년이 결혼적령기인 것이다.

그럼 왜 하필 결혼적령기를 오이에다 비유했을까? 한자를 이용한 심심풀이 글자풀이 놀이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이는 생명의 상징이고 다산과 풍요를 의미하는 식물이었다. 로마시대 '박물지'에 오이는 여성의 생리를 활발하게 만든다고 했고, 구양성경에도 오이가 강장식품으로 묘사돼 있다. 동양에서는 오이는 생명력의 상징이었다. 처녀가 오이 먹고 아이를 낳았다는 기록이 자주 보이는데 풍수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어머니가 오이를 먹고 낳은 인물이다. 오이를 결혼과 연결지은 까닭이다. 봄이 시작됐다. 오이처럼 생명력 넘치는 봄채소를 먹으려 활력을 찾을 때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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