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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선의 모놀로그] 거절을 너무 잘해도 고민?

소싯적 나는 부탁을 받으면 거절 못하는 매우 소심한 여자였는데 서른 중반 이래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일상적으로 많은 선택을 해야 했기에 자연스레 '노'를 제법 잘 하게 되었다. 직감적으로 끌리지 않으면 남들 듣기엔 솔깃해도 눈 딱 감고 일을 거절했고 본능적으로 마음을 못 열겠는 사람들과는 관계가 깊어지는 것을 피했다. 한데 요새는 '노'를 너무 쉽게 하는 거 아닌가 고민이 되었다.

사십 대라는 나이는 정신적, 육체적 정체기를 본격적으로 체감하는 나이. 이쯤 해서 내 인생 대충 결산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체념한다. 이런 자세는 성숙하고 초연한 자세지만 한 편으로는 '지쳤다'는 이유로 겁쟁이가 된 것을 합리화시켜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성장하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접촉이나 도전이 불가결하다. 시작 선에 선다는 마음으로 어떤 기회가 왔을 때 '난 됐어요'라고 내빼지 않고 한 보 앞으로 걸어나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 몸에 배인 탓에 조금만 거슬리는 게 느껴지면 '노'를 외치는 자신을 발견하면?

그럴 때는 자신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해보는 수 밖에 없다. 내가 이 일을, 혹은 이 인간관계를 거부함으로 인해 무엇을 얻거나 지키려는 것인가. 그 이유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것인가 아니면 포기에 가까운 태도일까. 내 경우 일의 우선순위는 나다운 소설, 에세이, 칼럼을 꾸준히 쓰는 것.

그래서 글 쓰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도움 될 일이 아니라면 돈 대신 여유시간을 선택하기로. 인간관계에서는 좋아하고 매료되는 사람이라 해도 바로 신뢰하거나 의존하지 않는다. 깊은 관계는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니 그것을 착각하면 쉽게 피차간 상처를 입는다. '예스'로 새로운 일과 사람을 받아들여 몰랐던 나를 새로이 발견하는 기쁨도 있지만 '예스'라고 했다가 자칫 내가 아닌 나를 무리해서 연출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그 차이는 내가 얼마나 예민하고 상세하게 스스로의 우선순위를 공정하게 납득하고 있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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