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화 김응룡 감독은 죽을 맛이다. 개막 이후 혈압이 급상승했다는 말이 변명이 아니라 사실인 듯 하다. 개막 이후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고 13연패를 당했다. 역대 감독 최다 승(1476승)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성적이 죽을 쑤니 손자 뻘 되는 기자 상대도 버겁다. 그는 "아이고, 내가 코미디언도 아니고. (이런 분위기에서)기자들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해야 되니 죽겠어"라며 하소연했다. 오죽했으면 3연전 가운데 한번만 기자들과 만나겠다고 했다. 대신 이기면 다음 날에는 반드시 응대하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화의 부진은 모두가 예상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결국 에이스 류현진의 공백이 상상을 넘을 정도로 크다. 약한 타선에서도 류현진이 나가서 연패를 끊어주었고, 그게 상승의 동력이 되면서 연승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한화 마운드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는 투수가 없다는 점이 치명적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지난해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행에 부정적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류현진 없는 한화는 껍데기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여론에 밀려 류현진의 ML행을 용인했지만 전력보강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FA 시장과 외국인 시장에서 전력을 채우는데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FA 김주찬(외야수)과 정현욱(투수)을 잡지 못했다. 두 선수는 한화 전력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다. 다들 두 선수가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면 전력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또 다른 이유는 수 년 동안 리빌딩 작업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계속됐던 스카우트의 실패로 쓸만한 선수가 없었고, 육성체계의 실패가 수년 째 부진의 근본 이유가 되고 있다. 이 대신 버텨야 하는 잇몸이 너무 부실해 앞길도 불안스럽다. 최고의 명장 김응룡의 돌아온 봄은 너무도 잔인하다. / 이선호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