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을 맞아 나들이를 가자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오랜 만의 동행이 반가워 흔쾌히 수락을 했는데, 뒷얘기를 들으며 걱정에 빠졌다. 지인은 캠핑을 원했고, 캠핑을 위한 쇼핑을 한바탕 한 뒤였다. 캠핑을 위해 지출한 돈은 400여 만원, 대략 귀동냥한 품목만 30여 가지였다. 거기에 SUV를 추가로 구입했으니 캠핑 안 가고는 못 베길 판이었다. 지인의 자랑과 수선을 마주할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캠핑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캠핑은 야영이고, 야영은 야영다워야 한다. 문제는 이를 주도하는 아빠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는 으레 '깔맞춤'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혀 A부터Z까지 구매한다. 심지어 효율적인 야영을 위한 아이템 구입이 아닌 심리적 만족을 위한 장비, 브랜드 사들이기를 한다. 기어코 부인에게 한 마디 듣는다. '캠핑가자고 했지, 이사 가자고 했어요!'
물론 현대 소비자는 야외에서도 실내에서 누리는 럭셔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글램핑(Glamping : Glamorous+Camping, 고급화된 야영)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글램핑은 무선인터넷, 전기, 가구와 같은 시설을 갖춘 텐트를 수려한 경관 근처에 설치해 즐기는 아웃도어라이프다. 요즘은 에스프레소 기계도 기본 아이템이니 도시 내 실내 생활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한 가지, 부지 내에 텐트 쳐주고 글램핑을 운운하는 호텔은 좀 그렇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후 주말 여가생활에 대한 관심은 큰 폭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일반인이 주말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은 1박2일이다. '금요일에 좀 일찍 출발하지'라는 마음으로 2박3일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엄마들은 SUV에 가득 실린 짐을 가지고 낯선 곳에 가서 불편한 주방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텐트조차 쉽게 설치하지 못하는 아빠가, 온갖 짐을 같이 부려야 하는 노동이 달갑지 않다.
이제 아웃도어는 '야외'가 아니라 '대문 밖'이다. 골프웨어, 등산웨어 등 각종 기능성 옷이 도시 안으로 들어 온지 오래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부탁하고 싶다. 깔맞춤 좀 버리라고. 그래야 소비자도 기업도 제대로 럭셔리 아웃도어라이프 안에 놓일 수 있다. / 박상진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