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입' 역할을 하는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의 공식 해외 방문 일정 중 현지에서 경질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였다는 점에서, 또 경질의 사유가 성추문 의혹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더욱 당혹스럽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10일 밤 귀국 직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 수석은 "국민 여러분과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민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자리에서 사과의 대상에 대통령을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셀프 사과'라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야당은 "대통령도 피해자라고 여기게 하려는 것이 아니냐"며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서 책임 주체"라고 지적했다.
정작 해당 여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윤 전 대변인은 11일 오전 해명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성추행은 없었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오해일 뿐"이라면서 "(해당 여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만 했다.
여기에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의 조기 귀국에 대해 "상관인 이 수석의 종용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을 폈고, 이 수석은 "그런 일 없다"고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을 벌이며 파문은 확산됐다. 해명을 한다고 나선 회견에서 오히려 기름을 부은 셈이다.
특히 윤 전 대변인의 해명은 민정수석실의 조사 과정에서의 발언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 많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결국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직접 이 수석의 사의 표명 사실과 함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허 실장은 '청와대 소속 직원의 민망하고도 불미스러운 일' '너무나 송구하고 죄송스런 마음' 등을 언급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과 피해자 본인 및 가족 친지들, 해외 동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는 첫 언급이 나왔다.
고위 공직자의 국제적인 추문 의혹만으로도 자괴감이 극에 달한 국민들은 청와대 참모들 간의 '진흙탕 진실공방'까지 덤으로 봐야 하는 현실에 아연실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