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팬들이 1년 동안 손꼽아 기다려온 페스티벌의 계절이 돌아왔다.
크고 작은 페스티벌은 매년 늘어나 올해 그 수는 사상 최다에 이른다. 이미 지난 주말에만 4개 행사가 열렸고, 다음달에는 '울트라 코리아'가 개최된다. 7~8월에는 '안산밸리 록페스티벌'(7월 26~28일)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8월 2~4일)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8월 2~4일) '슈퍼 소닉'(8월 14~15일)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8월 17~18일) 등 빅 이벤트가 집중된다.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잔칫상만 늘어나다 보니 주체사들의 밥그릇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개최 전부터 업계 동반자들간의 불신과 비방이 난무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4년간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을 함께 끌어왔던 CJ E&M과 지산포레스트리조트는 올해 계약이 만료되면서 각자 '안산밸리 록페스티벌'과 '지산 월드 록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라이벌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CJ E&M은 지산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산은 CJ E&M이 중소기획사의 숨통을 조른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4년 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공동 주최사가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을 신설할 때에도 비슷한 싸움이 벌어진 바 있다.
사흘 간격으로 개최되는 '슈퍼 소닉'과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의 감정도 좋지 않다. '슈퍼 소닉'과 출연진 교류 등 업무 협조 계약을 맺은 일본 '섬머 소닉'의 헤드라이너 메탈리카와 뮤즈가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출연을 결정하면서다.
섭외 싸움은 출연진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장 규모가 7~10배 큰 일본보다 1.3배가 높은 약 20억원에 해외 아티스트를 '모셔오는' 과다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가 늘어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관객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과다한 출연료 지불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티켓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뮤지션들이 여러 곳으로 분산되면서 정작 보고 싶은 하나의 페스티벌을 고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경쟁에서 밀린 페스티벌은 퇴출되고 결국 거대 자본을 쥔 '큰손'들만 살아남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독과점이다.
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감상이 아닌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자리다. 고유의 색깔을 잃을 때 존재의 이유는 사라진다. 글로벌 문화 강국을 지향하기 앞서 다양성이 인정되는 건강한 내수시장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