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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뉴스룸에서] 두려운 ‘백년공청’

춘추시대 정나라가 초나라의 공격을 받아 국가 존망의 위기에 빠졌을 때의 일이다. 초나라에 항복하자는 화친론과 진나라의 구원군을 기다리며 싸우자는 주전론이 팽팽했다. 이때 대부(귀족) 자사는 "주나라 시에 '황하의 흐린 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려도 인간의 짧은 수명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 진나라의 구원군을 기다린다는 것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일 뿐이오"라고 말해 화친을 이끌어냈다. 100년을 기다려도 황하의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 즉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실현될 가망이 없다는 뜻을 지닌 '백년하청'이란 고사성어가 탄생한 유래다.

연일 30도에 육박하는 때 이른 무더위로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이 요즘 말 그대로 '멘붕상태'다. 원전 23기 중 10기가 멈춰서며 '블랙아웃'(대규모 정전)까지 우려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시험성적표를 위조한 엉터리 부품이 원자로에 쓰였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사소한 부품 하나에만 이상이 생기더라도 '후쿠시마 방사선 노출'과 같은 엄청난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원전을 관리하는 공직자들이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이 같은 '장난'을 저질렀다니 도저히 믿기 어렵다.

그런데 더 황당한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일부 관계자가 감사원이 지난 정부 때 원전비리를 감사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감사원과 원자력안전위가 서둘러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하자 청와대가 뒤늦게 "지난 정부 책임이 아니다"라며 수습하려 했지만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촌극' 이것만이 아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31일 에너지절약 호소 대국민 담화를 계획했다가 불과 담화 시작 10시간 전에 이를 전격 철회했다. 비리 척결 수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청와대와 총리실의 교감 때문이란 게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총리 담화·산업부 장관 브리핑 취소, 여름철 전력대책 발표 번복 등 굵직한 정책 결정을 세 차례나 뒤집는 '진기록'을 세웠다.

비리가 적발될 때마다 가장 먼저 듣는 단어가 '비리척결(非理剔抉)'이다. 이번에도 정부와 관련부처는 비리척결의 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척결'은 살을 도려내고 뼈를 발라낸다는 뜻이다. 비리의 뿌리부터 발본색원하겠다는 단호함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수습에 나선 관계당국의 정책 혼선은 척결의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이러다간 '백년하청'이란 고사성어가 '백년공청'(100년을 기다려도 공직비리는 맑아지지 않는다)으로 바뀌지나 않을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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