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파 축구 선수들에게 6~7월은 결혼의 계절이다.
유럽 프로축구는 보통 9월에 시즌을 시작해 이듬해 5월 시즌을 마친다. 7월 말부터 다음 시즌을 대비한 팀 훈련에 돌입하기 때문에 상당 기간이 필요한 개인적인 일들은 보통 6~7월 두 달 사이 처리한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는 구자철(24·아우크스부르크)은 지난 주말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 살 연상의 일반인 신부와 결혼식을 올렸다. 기성용을 비롯해 곽태휘·정성용 등 많은 축구 스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기성용은 다음달 1일 배우 한혜진과 결혼한다. 얼마 전에는 박지성이 SBS 아나운서 김민지와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의 '핑크빛' 소식에 흐뭇한 기분이 든다.
유럽파가 결혼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면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고 답변해 주고 싶다. 유럽파는 가족과 떨어져 타지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야하고 특히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까지 겪으면서 향수병과 외로움에 허덕인다. 많은 선수들이 이 때문에 클럽 적응에 실패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들의 경우 차두리가 유럽에서 오랫동안 축구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차범근)를 따라 독일에서 생활한 것도 있지만 가족이라는 '둥지'가 있어 가능했다. 행복한 가정을 꾸렸던 그가 1~2년 전부터 아내와 불화를 겪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박주영은 내성적이어서 상대방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그가 지금의 아내가 없었다면 유럽 생활이 불가능했을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김남일도 2007년 12월 김보민 아나운서와 결혼한 뒤 일본과 러시아를 거치며 아무런 문제없이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이 외에도 안정환·이동국·설기현·송종국 등 많은 해외파 출신들의 곁에는 가족이 있었다.
구자철과 기성용의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내조하는 아내가 있다면 이들은 오로지 축구에만 올인할 수 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소속팀 퀸즈파크 레인저스에서 마음고생을 했다. '산소탱크'로 불렸던 그도 한국 나이로 서른 셋에 접어들면서 체력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렸고, 성향이 다른 감독들을 만나 출전 기회도 적었다. 더욱이 팀이 잉글랜드 챔피언십리그(2부)로 강등되면서 이적을 고민해야 한다.
이럴때 결혼은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김민지 아나운서와 결혼까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하지만 할 생각이라면 빨리 했으면 좋겠다. '제 3의 전성기'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김민준기자 연예스포츠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