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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영롱발어' '산약발어'...고급음식 수제비



'영롱발어' '산약발어'...고급음식 수제비

장마철에는 애호박 숭숭 썰어 넣고 끓인 수제비가 맛있다. 수제비는 흔히 제대로 차려 먹기 귀찮을 때 대충 먹는 음식이고, 살림이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에 부족한 양식을 보충하려고 먹었던 음식이라고 오해하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물론 전형적인 서민음식으로 나라가 못살았을 때 많이 먹었던 것 역시 사실이지만, 더 옛날인 조선시대에는 별식으로 먹었던 고급 음식이기도 했다.

'수제비가 고급요리'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농촌 출신 어르신들 중에는 가을 추수 후 먹었던 수제비를 기억하는 분들도 있다. 지금은 모두 밀가루 수제비이니 쌀 수제비가 낯설게 들리겠지만 예전 시골에서는 가을걷이가 끝나 양식이 풍부할 무렵이면 쌀을 빻아 수제비를 끓였다.

쌀은 있지만 밀가루는 없고, 또 밀가루 살 현금은 없으니 쌀가루로 수제비를 끓여 먹으며 한 해 농사의 수고를 위로했던 것인데 이런 고급 수제비를 '발어(撥魚)'라고 한다. 쌀이나 밀가루 반죽을 떼어내 장국에 넣으면 둥둥 떠서 끓는 모습이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과 비슷해서 생긴 이름이다.

'산림경제'에 영롱발어라는 수제비가 있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잘게 썬 쇠고기와 함께 수저로 떠서 팔팔 끓는 물에 넣으면 수제비는 뜨고 고기는 가라앉는데 그 모습이 영롱하고 현란해 지어진 이름이다. 여기에 표고버섯, 석이버섯을 넣고 간장, 후추로 간을 맞춰 먹는다고 했으니 지금 봐도 고급 메밀수제비다. 산약발어도 있는데 메밀가루에 콩가루와 마(山藥)가루를 섞어 반죽한 후 수저로 떼어 끓는 물에 넣은 후 익기를 기다렸다고 먹는다고 했다. 수제비 한 그릇이 생각나는 날씨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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