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 '나이키의 경쟁 상대는 닌텐도'라는 말이 화제가 된 적 있다. 아이들이 닌텐도 게임기를 갖고 노느라 운동화 같은 스포츠용품이 덜 팔리는 현상은 경쟁상대가 동종업계에만 있지 않다는 점은 일깨웠다.
최근엔 스티브잡스가 공공의 적인 회사들이 많아졌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파고든지 3년 여 만에 라이프스타일이 휙휙 바뀌는 속도가 어지럼증을 일으킬 지경이다.
스마트폰뿐이랴. 최근 유통업계는 '날씨가 제일 영향력 있는 마케터'라는 말을 절실히 실감하는 중이다.
요즘 기업의 홍보·브랜드 담당들을 만나면 꼭 안갯속에 서 있는 기분이라 한다. 위기란 괴물이 어느 곳에서 들이닥칠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두른다. 당연히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안테나를 세운다.
지금은 '웰빙'이 흔한 수식어가 돼버렸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는 절대 공식 같은 것이었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맥도널드의 주가는 4분의 1로 폭락하며 당장 망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맥도널드는 세계 최대 외식업체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맥도날드의 성장 동력은 의외로 정크푸드란 비난을 받던 빅맥과 프렌치프라이, 그리고 새로운 커피브랜드인 '맥카페'였다. 맥도날드는 웰빙 콘셉트를 반영해 신선한 재료와 맛을 강조하면서 에스프레소머신으로 새 소비자들을 발굴했다. 맥도날드의 도약은 '고객이 먹고 마시는 데 최고의 장소로 만들자'는 군더더기없는 슬로건에서 출발했다.
수많은 커피전문점의 협공에도 끄떡없는 스타벅스는 바로 커피 맛에 방점을 찍는다. 스타벅스의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하던 2008년 2월 26일, 스타벅스는 미국 내 모든 매장의 문을 세 시간 닫는다. 매장 문 앞에는 "최상의 에스프레소를 선사하기 위해 잠시 시간을 갖고자 한다"는 안내문을 걸었고 바리스타들은 동영상으로 커피 만드는 법을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스타벅스에 대한 브랜드 충성도가 강해졌음은 당연하다.
앞서 나이키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이 영리한 브랜드는 게임과 스마트폰을 운동과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애플 아이팟이나 아이폰에 운동량이 기록되는 센서장착 운동화를 출시하고 이를 활용한 레이스 미션을 만들어 러닝 대회에 초대하면서 스마트폰 유저의 마음을 잡았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기본에 충실한 장인 같은 브랜드를 만나고 싶다. 뜨내기 같은 재주꾼은 사양이다. 올여름 커다란 가마솥을 걸어놓고 지리산에서 가져온 팥을 4시간 이상 끓여 내는 팥빙수집이 뜨고 있단다. 팥빙수의 기본으로 돌아간 그 집은 늘 사람들로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