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남아에서 K-팝 공연과 관련해 국내 방송사들이 '부도수표'를 남발하고 있다.
KBS 계열사인 KBS미디어가 13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하기로 한 포미닛·엠블랙·B1A4·유키스의 합동공연이 갑자기 취소됐다. 일부에서는 다음달 KBS 본사가 같은 곳에서 10여 팀의 한류 가수들을 모아 개최하기로 한 'K팝 월드 페스티벌'과 일정이 한 달 차이로 겹친 탓에 빚어진 티켓 판매 부진이 이유로 제기되고 있다.
앞서 엠넷이 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기로 한 '엠카운트다운 콘서트'도 공연 닷새전 명확한 이유가 공지되지 않은 채 돌연 없던 일이 됐다.
한국 가수들이 무대에만 오르면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던 동남아 시장 상황도 이젠 옛말이 된 듯 싶다. 완성도를 높인 무대로 대외 경쟁력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는 가수들의 단독 콘서트와 달리, 돈벌이만 노려 안일한 기획으로 접근하는 방송사들의 얄팍한 의도를 현지 팬들이 눈치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K-팝 열기가 불붙기 시작한 2011년 지상파 3사가 주최한 해외 한류 콘서트는 7회였고,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그러나 "중소 기획사의 가수를 해외에 소개하고 한류 확산의 전진 기지가 되겠다"는 방송사의 당초 행사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강압적인 가수 동원령이 준비 과정에서 내려지고 초상권 무단 침해 등과 같은 잡음이 불거지면서 가수들과 대형 기획사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까지 "방송사는 수익 창출보다는 한류 확산에 대한 발판을 제공하는 데 중심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다.
요즘 해외 진출을 노리는 K-팝 가수들은 온라인과 SNS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튜브를 기반으로 전 세계에 퍼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좋은 선례가 되기도 했지만, 진짜 할 일은 잊은 채 세 몰이에만 신경 쓰는 방송사를 상대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방송사들은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달랑 얹고 나서 한류 전파의 일등공신인 양 으스대지 말길 바란다. 도우려면 제대로 돕고 그렇게 하지 못할 것같으면 차라리 그냥 지켜보는 게 서로에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