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송나라 학자인 저공이 키우는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씩 주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원숭이들이 길길이 날뛰자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제안을 바꿔 원숭이들을 만족시켰다.
중국 고서 '열자(列子)'의 '황제편'에 나온 유명한 고사성어인 '조삼모사'의 유래다. 이 고사성어는 일반적으로 원숭이의 어리석음을 조롱하고 저공의 뛰어난 지혜를 칭송하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경제학적으로도 조삼모사가 맞는 말일까. '시간이 곧 돈'이라는 경제학적 가치를 감안하면 원숭이는 멍청한 것이 아니라 아주 영악하다. 같은 7개의 먹이라도 '조삼모사'보다는 '조사모삼'가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원숭이는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아침에 3개를 받았지만 저공의 마음이 바뀌어 저녁에 4개를 받을 수 없을 지도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증세없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조세개편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기본 방향은 연간 30조원에 이르는 비과세 감면 규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존 226개 비과세 감면 중 무려 80%나 중복되거나 유사해 과세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더 나아가 연말정산을 할 때 근로자 소득공제항목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내년부터 현행 15%에서 10%로 다시 낮추기로 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2012년 20%에서 올해 15%로 한 차례 낮아진 데 이어 불과 2년 만에 혜택이 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조세 개편안의 주된 타깃이 서민·중산층과 중소기업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비과세 감면액 30조 원 가운데 이들 계층의 비중은 59.4%에 달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축소도 소위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봉급생활자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결국 현재 받고 있는 서민·중산층의 혜택을 빼앗아 마련한 재원으로 미래에 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복지재원에 쓴다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조삼모사'를 '조사모삼'으로 바꿔 먹이를 늘리지 않고도 원숭이의 '복지'를 실현했던 저공과는 달리 '조사모삼'을 '조삼모사'로 개편하겠다니 서민·중산층을 원숭이보다도 어리석게 보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