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MVP 유희관
낙차 큰 슬로커브 구사
평균 자책점 2위 올라
전신 OB 시절이던 1988년 13승을 올린 윤석환 전 투수코치 이후 두산은 한 시즌 10승 이상을 올린 국내 좌완을 갖지 못했다.
구동우·이혜천 등이 한 시즌 9승을 올리며 고지에 가까이 다가갔으나 아쉽게 목전에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2010년에는 히어로즈로부터 이현승을 데려왔으나 팔꿈치·어깨 부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그 기대감을 조심스럽게 품을 수 있게 됐다. 유희관 덕분이다.
유희관은 13일 KIA와의 잠실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8안타 1볼넷을 내줬지만 6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으로 호투하고 시즌 5승째를 거뒀다. 선발로 본격 전환한 지 두 달밖에 안 된 투수지만 실상은 좌완 에이스다. 시즌 평균자책점을 2.33까지 끌어내리며 2위에 올라 있다. 1위 양현종(KIA·2.30)과는 불과 0.03 차이다.
올 시즌 유희관의 성적은 26경기 5승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33. 중간 계투로 시작했으나 맏형 김선우와 외국인 투수 개릿 올슨의 슬럼프와 부상이 겹치며 선발 로테이션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 우여곡절 끝에 롱릴리프였던 유희관을 선발로 내세웠는데, 그만 대박을 터뜨렸다! 선발 성적만 따지면 8경기서 4승1패 평균자책점 2.04, 류현진이 아니라 유희관이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유희관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배짱을 기본으로 안정된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력이다. 최고 구속은 137km 가량에 그치지만 슬로커브의 최저 구속이 70km대, 비공식적으로는 60km대까지 나왔다. 편차가 무려 60km에 달할 정도다.
유희관은 이렇게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린다. 넥센 타자 유한준은 유희관의 초슬로커브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려고 왼발을 세 번이나 구르는 '바보 대구'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야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가운데 투수진에서는 지난해 상무 원투펀치들인 오현택·유희관이 없었다면 총체적 난국을 맞을 수 있었다. 셋업맨으로 자리한 오현택의 공도 컸으나 선발진 붕괴를 느린 공으로 막아낸 유희관의 공로가 최고 수훈이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