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감독은 전반기를 돌아보며 야수진에 대해 "누구 하나 꼽을 수 없을 만큼 다들 정말 잘해줬다. 주전들의 부상에도 그 틈을 메우는 선수들의 활약상까지도 정말 좋았다. 전반기 야수들 전체가 수훈 선수들"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 타율 1위(0.284), 장타율 1위(0.407), 출루율 1위(0.373), 최다득점(391점) 등 야수진은 말 그대로 전체적으로 잘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두산 내 A급 야수들은 많지만 특급 타자가 핵우산이 되는 형국은 아니다. 좋게 말하면 누가 나와도 주전급 활약이지만 과거의 '두목곰' 김동주처럼 엄청난 아우라를 풍기는 타자는 없다.
이 가운데 주전과 그 대체자의 페이스가 동반 하락한다면 두산의 저력은 어느 순간 사라질 수 있다. 타격은 투수진에 비해 기복이 더욱 큰 만큼 이 점은 두산이 후반기 동안 계속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코칭스태프의 용병술이 그만큼 중요하다.
가장 큰 관건은 바로 선발진 안정화와 김 감독의 계투 운용. 감독 데뷔 첫 해인 지난해부터 김 감독의 투수 교체는 한 두 박자 느리다는 평을 자주 들어왔다.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운용되던 지난 시즌에는 '투수 출신 감독이라 투수에게 좀 더 믿음을 준다' 혹은 '초보 감독이니 용인할 수 있다'라는 평도 있었으나 지금은 후자의 평을 받을 수 없다. 2년차 감독이기 때문이다.
전반기 용병술에 있어서 김 감독은 팬과 관계자로부터 비난과 악평을 많이 받았다. 위기 상황에서 신예 투수를 기용했다가 승계 주자 실점이 한없이 이어지며 쉽게 포기하는 경기 형국이 되기도 했고 5월 8일 SK전에서는 10점 차 리드에 일찍 야수들을 교체했다가 계투 요원들이 연이어 무너지며 결국 12-13 역전패를 당하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10점 차 리드에서 역전패를 당한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기본적으로 선발진이 완비되지 못하면 4위에 위치한 두산의 최상위권 도약은 장담할 수 없다. 베테랑 김선우, 새 외국인 우완 데릭 핸킨스가 후반기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지난해 10승을 거둔 이용찬이 후반기 가세한다고는 해도 수술을 받았던 만큼 무리시키기는 힘들다. 마무리 홍상삼이 후반기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전제 하에 김 감독이 롱릴리프-셋업맨 투수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재적소에 투입하느냐가 두산의 올 시즌 명운을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