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아직 삼성과 치열한 리그 우승 경쟁이 남았지만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초대받았다. LG 야구에 실망해 떠났던 팬들도 다시 돌아와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고난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기쁨과 감격도 두 배다.
구단 사무실에는 네 개의 술 항아리가 있다. 1995년 구본무 당시 구단주가 우승을 하면 축배를 들자며 선물한 오키나와산 아와모리 소주다. 공교롭게도 작년까지 항아리는 밀봉된 채 그대로 있다. 1997·1998년, 그리고 200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에 실패했다.
2002년 이후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반짝했지만 가을 초대권은 다른 팀의 몫이었다. 그래서 DTD(Down Team is Down)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롯데·KIA와 함께 인기 팀이면서도 부진한 성적을 내는 통에 엘롯기 동맹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유난히 LG만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10년간의 굴곡의 시대를 끝낸 것은 선수들이 한마음으로 뭉쳤기 때문이다. LG가 좋은 선수들을 갖고도 성적을 내지 못한 이유로 팀워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올해는 예전의 LG가 아니었다. 젊은 선수들과 노장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서로를 독려하고 함께 가는 단단한 팀이 됐다.
2년 만에 선수단을 결집시킨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부임하면서 선수들의 눈높이를 맞춰가면서 '나가 아닌 우리'를 주문했다. 선수들을 몰아치지 않고 기다리며 선수들의 마음을 얻었다. 못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안하는 것은 호통치며 프로 정신을 강조했고 결실을 얻어냈다.
LG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 경쟁, 그리고 가을무대에서 진짜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과연 김기태 감독과 LG 선수들은 18년의 한을 씻어 낼까. 18년 묵은 아와모리의 술맛이 참으로 궁금해진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