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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조강지처 몰래 먹는 가을 아욱국



가을을 대표하는 우리 음식이 무엇일까? 속담으로 보면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전어가 으뜸일 것 같지만 가을 아욱과 비교하면 속된 말로 아무 것도 아니다.

'가을 아욱국은 문 닫아 걸어 놓고 먹는다'고 했는데 맛이 좋아 이웃과도 나누어 먹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이 정도면 전어보다 나을 것도 없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가을 아욱국은 조강지처도 내쫓고 먹는다'는 말에 있다.

조강지처는 양식이 떨어져 술 찌꺼기를 함께 먹으며 가난한 살림을 꾸린 아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려 오지만 아욱국 앞에서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소심하게 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눈치 보며 몰래 먹는 전어와 조강지처마저 내치고 혼자서 먹겠다는 아욱국은 처음부터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러니 아욱국을 아무한테나 줄 수 없다.

'가을 아욱국은 막내 사위에게만 준다'고 했다. 씨암탉은 사위 모두에게 먹이지만 아욱국은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 바로 막내딸이다. 조강지처마저도 쫓아내고 몰래 먹는 아욱국이지만 '쥐면 꺼질 새라 불면 날아갈 새라' 애지중지 키운 막내딸을 데려 간 막내사위만큼은 예외다. 특별히 아욱국을 나누어 먹을 수 있다.

가을 아욱이 얼마나 좋은지 우리의 속담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가을 아욱으로 국 끓여 삼년을 먹으면 외짝 문으로는 들어가지를 못한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시골 초가집의 한 쪽 자리 문이 외짝 문이다. 얼마나 좋은지 삼년을 먹으면 좁은 문으로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살이 찐다는 말이니 요즘 세상에서야 기겁을 할 일이지만, 어쨌든 가을 아욱에 그만큼 영양이 풍부하다는 사실을 강조한 말이다./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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