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큰 항공사중 하나인 유나이티드 항공이 최근 네티즌 사이에 화제다.
항공 예약 사이트가 2시간가량 오류를 일으킨 사이 '0달러'에 팔린 항공권을 모두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오류가 생길 경우 탑승권을 모두 인정해야 할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에 기존 비슷한 사례에서 다른 항공사들은 할인권 등을 제공해 무마해왔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항공은 이번 문제로 발생한 손해보다 고객과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같은 '통근' 결단을 내렸다.
기초노령연금을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인의 날(10월 2일)을 앞두고 청와대로 노인들을 초청한 27일 오찬에서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분들께 다 드리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서 저도 참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은 향후 복지 확대 수준과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민대타협위원회 구성 계획을 밝혔다. 세수 부족에 따른 재정 악화라는 '돌발 악재'를 이유로 '증세 없는 복지'라는 국민과의 약속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국가재정은 기초노령연금 등을 거론하기 힘들만큼 심각한 지경이다. 내년엔 국가채무가 처음 500조원을 넘어서고 공공기관 부채를 합치면 무려 100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민 1인당 2000만원이 넘는 국가 빚을 지고 사는 셈이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인해 부족한 세수가 올 한해만 1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현 정부에 대한 신뢰 상실로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정부의 정책을 믿지 못하면 투자가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증명된 이야기다. 세계은행이 41개국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한 국가의 신뢰 수준이 15% 낮아지면 경제 성장률 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1% 감소하면 GDP가 13조원 가량 줄어든다. 이는 올해 부족한 세수에 보다 많은 수치다. 기초노령연금 공약을 지키는데 들어가는 4년간 재원 57조1000억원은 신뢰추락으로 줄어드는 4년간 GDP(약 52조)와 거의 비슷하다.
기업은 물론 정부도 신뢰를 먹고 산다. 신뢰가 무너진 기업은 경제적 비용 증가로 소멸하게 되며 신뢰를 잃은 정부도 사회적 비용 급증으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손해를 보면서도 약속을 지킨 유나이티드 항공의 '통근 결단'을 현 정부가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제라도 다시 검토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