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설국열차' - 갈라 프레젠테이션),
봉준호(44) 감독이 8년전 홍대앞 만화방에서 처음 접했던 상상 속 이야기를 마침내 스크린에 펼쳐냈다. '설국열차'를 통해서다. 봉 감독은 "오랜 암덩이가 몸 속에서 빠져나간 느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8년간 '설국열차'에 사로잡혀 있었던 이유는.
마음에 품고 구상할 때 만큼 행복할 때가 없다. 그 해 여름 '괴물'을 촬영하면서 머리 한쪽 구석에는 '설국열차'가 있었다. 김혜자 선생님과 약속해 '마더'를 먼저 찍었지만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마더' 크랭크업 날 ('설국열차'의)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이 "이제 기차에 올라타야지"라고 말하더라.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작업했고,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어떤 부분에 가장 매료됐나.
달리는 기차 안의 생존자 모습이 머리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밖은 하얗고 서정적인데 속은 구질구질하고 야만적이다. 그 이미지를 배우와 필름으로 반드시 재현하고 싶었다. '마더'도 구상부터 개봉까지 5년이 걸렸다. 고속버스에서 춤추는 아줌마를 그려내겠다는 집착이 있었기 때문이다.
-촬영하며 가장 쾌감을 느낀 장면은.
기차 안 횃불 전투를 찍을 때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흥분했다. 조명 대신 100% 횃불로만 촬영했다.
-한국적 정서나 배경이 아닌 보편적 코드에 주제가 맞춰져 전작에 비해 재미가 덜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적인 괴이한 유머가 나오지 않는 건 사실이다. 예전에도 유머를 의도적으로 배치하지는 않았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랐을 뿐이다. 이번에도 원작과 시나리오에 따라 흘러갔고, 기본적으로 기차 안의 극단적인 감정을 더 강하게 표현했다.
-해외 시스템으로 첫 영화를 완성했기 때문에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설국열차'를 계기로 오우삼 감독처럼 할리우드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다음 작품도 한국어 영화를 구상하고 있다. 이 외에 미국 에이전시에서 제안한 SF 영화가 있고, 일본에서 제안한 만화 원작 영화가 있다. 저를 매혹시키고 제가 집착할 수 있게 하는 작품이 있다면 어디서든 할 것이다..k·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아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