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후반기 막판 한 때 삼성에 2.5경기 차로 앞섰을 때 한국시리즈 직행티켓이 눈 앞에 오는 듯 했다. 그러나 삼성의 뒷심은 강했고 LG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두산을 힘겹게 누르고 2위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잡았다.
아쉽지만 LG의 가을 행에 대한 기대감이 넘쳐났다. 11년을 기다린 LG 팬들에게는 신나는 축제였고 설레임이었다.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김기태 감독, 이병규와 박용택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도 가슴이 두근두근했던 모양이다. 가을의 파란 하늘처럼 희망도 눈부셨다.
그러나 이런 설렘은 커다란 긴장감으로 발전했고 경기에 그대로 투영됐다. 두산에 1승3패 패퇴. 1승은 레다메스 리즈의 역투로 2-0 승리를 거두었지만 나머지 3패는 스스로 무너졌다. 수비·주루·번트 등 세밀한 플레이를 못한데다 실수까지 겹치며 무릎을 꿇었다. 어쩔 수 없는 긴장감이 불러온 실패였다.
적어도 플레이오프만 본다면 LG의 경기력은 낙제점 수준이었다. 두산도 실수가 적지는 않았지만 LG의 실수가 훨씬 많았다. 선수들은 안간힘을 쏟았지만 행운도 LG편이 아니었다. 경기가 끝나자 끝내 눈물을 흘리는 선수도 있었다. 허무한 결과에 야구장 혹은 야구장 밖에서 응원하던 LG 팬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러나 야구는 기쁨과 아픔이 교차하는 인생이다. 아픈 경험은 치유를 위한 쓴 약이다. LG는 올해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영원한 약자가 아닌 새로운 강자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신바람과 견고한 팀워크, 희생의 야구로 새로운 가능성을 알렸다.
그래서 LG의 가을은 아주 짧게 끝났지만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는 반성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패배를 밑거름 삼아 또 다른 LG 야구와 내년 가을을 준비할 것이다. 더 큰 희망을 품는다는 점에서 2013년 LG의 가을은 그리 잔인하지 않았다. /OSEN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