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이 있다. 영화 '웩더독(Wag The Dog)'에서는 미국 정치의 부정적인 한 단면을 비판했지만, 최근 주식시장·부동산 시장 등 경제산업 분야에서도 널리 통용되는 말이다. 중요한 부분이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의미한다.
새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각료 및 정부 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원칙으로 전문성을 꼽았다. 특히 정부 공공기관장의 경우 MB정부처럼 일괄사표를 제출받은 후, 재인선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자진사퇴가 아니면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부터 순차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또 지난 6월 공공기관장 평가결과 발표에서 적임자가 아니라고 판단된 CEO부터 교체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인사원칙에 따라 이지송 LH사장과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강만수 산은 금융지주 회장 등에 대한 교체가 이뤄졌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이런 명분있는 인사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바로 꼬리에 의해서다. 우선 MB정부에서 임명됐던 인물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정권교체시기 마다 있었던 것으로 이미 예견된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원했던 인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장 인사가 늦어지자 이들이 들고 일어났다. 대통령을 만들어준 것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심지어 내년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여당을 지원하지 않겠다며 은근이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인물들 중에는 전문성을 떠나 정치권 주변에 머물렀던 인물들이 많다. 과거 정권에서도 이런 비전문성 인물들이 기관장이나 주요 기관의 감사 등을 맡아 전횡을 저지른 사례는 많다.
실제 구 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장을 역임했던 한 인사는 대선에 공을 세운 비전문적 인물이 감사로 내려와 전횡을 저질러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정권이 바뀌면 정부조직이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문화에서는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또 대통령이 필요에 따라 코드 인사를 하는 것 역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산하기관에 중용될 인물이라면 전문성은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의 결단은 존중받아야 한다.
눈을 돌려 IT업계를 보면 최근 이석채 KT 회장 교체설이 돌고 있다. 정부가 민간기업 인사에 관여한다는 논란을 차치하고, 최근 청와대에 보고된 3배수 후보가 모두 전문성을 겸비한 인사로 채워져 대통령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슴을 알 수 있다. 더이상 우리 주변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들이 계속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