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
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으로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뭉친 장대한 스케일의 과학소설이다.
소설은 저명한 고생물학자 샤를 웰즈 박사가 남극 빙하에서 키 17m인 거인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거인들은 나름의 문명을 이뤄냈지만 지금은 빙하에만 흔적이 남은 과거의 인류다. 그러나 인류사를 다시 쓰게 만들 이 중대한 발견은 발굴 현장의 사고와 함께 곧바로 파묻히고 만다.
한편 파리에서는 대통령 직속 비밀 기관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이 황폐한 환경과 방사능 속에서도 살아남을 뛰어난 면역력을 갖춘 '제3인류'를 탄생시킨다. 일명 '에마슈'다. 인간(170cm)을 10분의 1 크기로 줄인 17cm의 초소형 인간이다.
베르베르는 이 에마슈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 창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들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 될지, 인간과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거대한 규모의 상상세계를 흥미롭게 펼쳐 보인다. 이 에마슈들의 아버지 다비드 웰즈는 베르베르의 대표작 개미의 중심인물 에드몽 웰즈의 증손자다.
'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베르베르의 줄기찬 문학적 지향은 이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베르베르는 여전히 미성숙한 존재인 인간을 불완전한 창조주의 위치에 올려놓고 방황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노출하게 만든다. 또 에마슈들의 사회에 타락과 범죄, 종교와 제도, 자유의지의 문제가 발생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사회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유머를 통해 인류 문명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어둡지 않게 유도한 것도 이 작품의 미덕이다.
베르베르는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 행성을 소모하는 자기 파괴적 생활 방식을 계속한다면 종말로 치달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인류는 자신을 탈바꿈시켜 스스로 구원의 길을 찾아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대목도 곳곳에 있다. 한국을 과학기술이 발전한 나라로 묘사하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여러 차례 언급한다. 이번에 출간된 건 2권 분량의 1부다. 최근 프랑스에서 출간된 2부는 현재 번역 중이다. /박지원기자 pjw@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