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는 생강차 한 잔이 좋다. 생강은 발열 성분이 있어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인삼차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인삼차와 생강차, 어느 차가 더 좋을까?
서로 다른 차를 놓고 우열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생강차의 판정승일 것 같다. '승정원일기'에 실린 생강차와 인삼차의 서열 때문이다.
고종 27년 청나라에서 사신이 왔다. 찻상을 준비하면서 승지가 "임금님의 상에는 연한 생강차를 준비하고 칙사의 상에는 인삼차를 내놓는 것이 전례"라면서 그대로 따르겠다고 하자 고종이 그러라며 허락했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도 비슷하다. 영조가 재상인 홍봉한과 함께 차를 마실 때 승지가 홍봉한에게는 인삼차를 올리겠다고 하자 영조가 생강차를 대접하라고 지시한다. 임금과 사신, 그리고 신하가 마시는 차가 서로 달랐던 것인데 생강차가 인삼차보다 한 단계 더 격이 높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인삼은 귀한 약재였는데 왜 생강차를 더 귀하게 여겼을까? 옛날에는 생강이 지금처럼 단순한 양념이 아니라 특별한 고급 향신료였다. 예컨대 공자는 '논어'에서 "식사를 할 때 생강이 빠지면 안 된다"고 했는데 주자가 주석을 달기를 생강은 하늘과 통하는 음식으로 더럽고 불결한 것을 제거하기 때문에 식사 때 없어서는 안 된다고 풀이했다.
생강을 하늘과 통하는 음식으로 여긴 것은 아랍 세계도 마찬가지였다. 이슬람의 코란에 '알라가 말씀하시기를 생강 음료수가 그들에게 주어질 것이며…' '알라에게 가까이 다가선 자, 언제든지 생강 음료 잔을 마실 수 있으며…'라는 구절이 있다. 생강차를 천국의 음료로 묘사한 것이다. 생강차 한 잔이 생각나는 겨울이다./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