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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시간선택제, 양질의 일자리 맞나?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의 한 노인이 아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여기서 백 보 떨어진 곳에 가서 나무를 해 오겠느냐. 아니면 힘이 들더라도 백 리 떨어진 곳에 가서 해 오겠느냐."

아들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백 보 떨어진 곳에서 해 오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가까운 곳에서는 언제든지 나무를 해 올 수 있다. 그러나 백 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나무는 다른 사람이 먼저 해 갈지도 모르니, 그곳의 땔감부터 가져와야 근처의 땔감이 우리가 비축해 놓은 것처럼 남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나라 임신사가 지은 '속맹자'(續孟子)에 나오는 '교자채신(敎子采薪)'의 가르침이다.

정부가 최근 경력단절 여성과 퇴직한 전문직 장년층에게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서 93만개의 일자리를 시간선택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하루에 4시간에서 6시간 정도 일하면서 정년은 보장되고 4대 보험과 복리후생 등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우선 공무원·교사·공기업 직원 등 공공부문에 1만6500개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삼성·롯데·신세계 등 대기업들도 26일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를 열어 정부 정책에 적극 발맞추기로 했다.

하지만 실상은 정부의 계획과는 크게 다른 듯하다.

내년 공공기관에서 새로 선보이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대부분이 고졸자를 대상으로 한 단순 직무다. 기업들이 박람회를 통해 뽑는 분야도 고객상담·판매·매장관리·사무지원 등 소위 '알바' 업무에 국한돼 있다.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보다는 질 나쁜 일자리 나누기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이어 시간선택제 근로자라는 또 다른 계층간의 갈등이 생길 소지도 많다.

이에따라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를 해소하고 유연한 근로문화를 조성하려는 예초 시간선택제 일자리 도입 목적은 온 데 간데없이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정책 목표에 짜맞추려는 듯한 인상마저 강하게 풍긴다.

3000여년 전 춘추시대 노인처럼 먼 곳까지 나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대신 눈 앞에 흩어져 있는 손쉬운 일자리로 숫자 놀음에만 매달린 것은 아닌지 의문도 든다.

'무슨 일이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근본적인 처방에 힘써야 한다'고 가르친 '교자채신'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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