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11월28일 목요일 한 방송의 앵커는 정시뉴스를 시작하기 앞서 평소와는 달리 "오늘은 뉴스가 많은 날입니다"라고 첫멘트를 날렸다. 매일 뉴스를 접하고 전달하지만 그날만은 유독 비중있는 기사가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다소 흥분한 앵커는 첫 뉴스로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특위를 단독 소집,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의 보고서를 채택한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청문특위 회의장을 보여준 뒤 뉴스는 곧바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곧 신당창당을 공식화 할 것"이라며 잠시뒤 현장을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도만해도 핫 이슈가 많은 날로 볼수 있었지만 앵커는 계속 큰 뉴스를 쏟아냈다. 오전 중 열리는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중국측에 "'이어도'가 포함된 방공식별구역(CADIZ)조정을 강력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여기에 초대 주월사령관을 지낸 채명신 장군의 영결식과 안장식도 예정되어있다고 주요뉴스로 보도했다.
그날의 오전 뉴스는 속보로 이어지면서 오후들어 빅뉴스로 자리잡았다. 오후 2시넘어 상정된 감사원장 임명동의안은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키면서 민주당의 전면 의사일정 보이콧이라는 후폭풍을 맞았다. 급기야 내년도 예산안은 실제 준예산 편성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안철수 신당 뉴스도 결국은 다음 대선 경쟁구도내지는 정치권 빅뱅등의 예상이 이어지면서 시간대별 메인뉴스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한·중 국방대화 기사는 "중국측이 우리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다소 거북한 기사를 바뀌면서 더 비중있게 다루어졌다.
'여당 단독처리' '안철수신당'등 진부한(?) 뉴스와 차별화된 뉴스도 그날 주목을 받았다. 김황식 전 총리가 "국회해산제도가 있으면 국회를 해산시키고 국민들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정치권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정치권에는 할말을 한 그에게 당연히 뉴스 포커스가 맞춰졌다. 2013년 11월 28일. 마치 한국 정치를 압축해놓은듯한 하루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정치권 뉴스가 끝난후 앵커는 좁은 병사묘역에 안장된 고 채장군의 안장식을 담담하게 전해 여운을 남겼다. 그날 이후 며칠이 지난 올 12월의 첫날. 여야는 별다른 움직임없이 관성대로 삿대질만 해대는 형국이다. /이충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