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비를 광고하며 대대적인 판매 공세에 나섰던 하이브리드카들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하이브리드카는 지난해에 비해 판매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올해 1~11월 동안 1만2822대가 판매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4567대에 비해 11.9% 포인트나 감소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데뷔 첫 해인 2011년에 1만1000대 판매를 목표로 했으나 7193대 판매에 그치며 목표치에 크게 미달한 바 있다. 그러자 현대차는 그해 11월 배터리 등 핵심 부품 무상보증기간을 6년·12만㎞에서 10년·20만㎞로 대폭 늘렸고, 한 달 이내 차종을 교환해주는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도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큰 폭의 할인 판매를 실시하고 있으나 판매량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6월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왜 하이브리드카 사업을 이것밖에 못 하느냐"고 질책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최대한 빨리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정 회장은) 두 시간 남짓한 회의 시간 중 40분을 하이브리드카 사업 점검에 할애하며 강력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양웅철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과 권문식 연구개발본부 담당 사장 등 관련 최고경영자(CEO)는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결국 권문식 사장은 싼타페 누수현상 등 품질 문제까지 불거지자 지난 11월 해임됐다.
기아차 K5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총 1만901대를 판매했으나, 올해는 11월까지 7428대에 그치고 있다. 준중형급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현대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올해 556대가 팔려 아반떼 전체 판매량의 0.6%에 불과하다. 기아 포르테 하이브리드는 286대가 판매됐는데, 8월부터 지금까지 단 한 대도 판매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단종을 알리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셈이다.
이외에도 한국GM의 알페온 e-어시스트가 있으나 판매량이 미미하며,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하이브리드카를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전문가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국산 하이브리드카는 업체가 주장하는 연비와 실제 연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일반 모델보다 비싼 값을 만회하려면 최소 5년 이상 타야 가격 차이가 상쇄되고 그 이상 탈 경우 이득인데, 그 때는 차를 바꿀 시기가 된다"면서 "결국 경제적인 이득은 거의 없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12월 중에 그랜저와 K7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고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이) 친환경차 개발 진행상황과 판매량을 직접 챙기며 이 부문에서 토요타에 뒤처져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새로운 반격 카드가 성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