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누아 와인의 메카는 누가 뭐래도 프랑스의 부르고뉴다. 부르고뉴 산지는 최북단 샤블리에서 시작해 꼬뜨도르, 마꼬네, 꼬뜨 살로네즈로 이어진다. 그 남쪽의 보졸레를 부르고뉴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이 중 세계에서 가장 비싼 로마네콩티 와인이 생산되는 꼬뜨도르(황금의 언덕)는 부르고뉴의 심장부다.
좋은 와인의 비결은 부르고뉴의 독특한 떼루아에서 찾아진다.
부르고뉴의 서쪽으로는 고원이 자리잡았고 동쪽은 유럽의 지붕 알프스가 서쪽으로 고도를 낮추다가 다시 여세를 몰아 쥐라 산맥을 일으킨 후 평원으로 가라앉았다. 또한 북쪽으로는 파리분지가 자리한다.
파리분지는 2억년 전까지는 바다였다. 결국 부르고뉴는 바다와 고원과 평원의 접점 지역이었다. 1억5000만년 전후 쥐라기 시절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3지대가 충돌해 중첩하게 된다.
이로 인해 복잡한 토양 및 토질 구조를 형성하게 됐고 이 세 지형이 동시에 만난 지역이 바로 꼬뜨도르다. 그래서 이 지역은 와이너리와의 사이가 10m만 떨어져 있어도 와인의 풍미가 달라질 수 있다. 토질도 석회석 및 석회석과 점토가 혼합된 이회토가 주축이다. 이 토양으로 인해 와인은 섬세함과 우아함이 더해진다.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과 풍미의 와인이 생산된다.
꼬뜨도르는 꼬뜨드뉘와 꼬뜨드본 두 지역으로 나뉜다.. 꼬뜨드뉘는 주로 레드와인이 만들어지고 꼬뜨드본은 레드와 화이트와인이 모두 생산된다. 레드와인은 꼬뜨드뉘 지역이 조금 더 이름값을 한다.
꼬뜨드뉘의 서쪽에는 이 지역의 상징인 모르방(Morvan)산이 버티고 있다. 꼬뜨도르를 포도 수확 후 포도잎이 노랗게 물든다 하여 '황금의 언덕'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부는 꼬뜨도리앙(Cote d'Orient), 즉 '동쪽을 바라보는 언덕'이라고도 했다. 대륙성 기후인데다 지대까지 높은 관계로 일조량도 적다. 포도나무가 가능한 한 햇빛을 많이 받도록 하기 위해 이 지역의 포도나무들은 모두 모르방산을 서쪽으로 등지고 동쪽 또는 남동쪽 경사면에 자리잡아 아침 햇살을 듬뿍 받아들인다. 그래서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그랑크뤼 와이너리는 모두 햇살을 가장 많이 받는 언덕의 상단에 위치해 있다.
부르고뉴에서 단일품종으로 재배하는 피노누아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한다. 부르고뉴가 딱이다. 부르고뉴는 전세계 레드와인 재배 지역 중 가장 서늘한 곳에 속한다. 또한 위도상 가장 북쪽에 속해 있다. 물론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레드와인을 재배할 수 있는 지역한계가 북위 50도를 넘어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고원지대에 속해 있는 부르고뉴가 피노누아의 메카로 인정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형과 기후적인 떼루아 모두가 피노누아와 궁합이 맞기 때문일 것이다.
대륙성 기후는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이 특징이다. 안개가 별로 없고 가을은 서늘하다. 일기 변화가 극심한 탓에 매 해 해로운 곰팡이(gray rot이라고 한다)가 극성을 부리고 때로는 봄철에 내리는 서리로 타격도 입으며 우박도 심심찮다. 좋은 와인이 생산되는 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적다. 재배면적까지 좁은 탓에 좋은 빈티지 와인은 천정부지로 값이 뛰는 것이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으로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