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4·선덜랜드)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마침내 성공 시대를 예고했다.

기성용은 18일 영국 선덜랜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3~2014 캐피털원컵(리그컵) 8강전에서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연장 후반 13분 결승골을 꽂으며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8월 스완지시티에 입단하며 프리미어리그에 발을 디딘 기성용은 주목할 만한 활약을 하지 못하다가 9월 선덜랜드로 임대됐고, 마침내 첫 골을 신고했다.

마수걸이 골은 리그 최하위 팀의 선수로서 3위의 강팀 첼시를 상대로 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났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 스완지시티에서 한 번 리그컵 우승을 경험한 바 있어 팀을 4강으로 이끈 그의 입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한 이번 득점은 한 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7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 대한 비난 글로 순식간에 이미지 실추를 겪었고, 국가대표팀 탈락과 팀 임대 등 어수선한 주변 환경으로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더욱이 기성용을 선덜랜드에서 임대해 온 파올로 디 카니오 감독이 경질되면서 입지는 더욱 불안해졌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구스타보 포예트 감독은 기성용의 패스 능력과 방향 전환 등을 높이 평가하며 완전 이적을 원하는 등 강한 신뢰를 보냈다. 결국 기성용은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것과 동시에 리그 최하위로 침체를 겪고 있는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이번 경기 직전 첼시의 조제 모리뉴 감독은 기성용을 선덜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로 꼽기도 했다.

기성용은 경기 후 영국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골을 넣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고 팀의 4강 진출에 보탬이 되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또 "오늘 승리한 덕분에 우리 팀은 자신감에 차 있다. 앞으로 남은 경기가 많은 만큼 승리하기 위해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