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트렌드 읽기] Elegance is refusal
'사가와후지'는 나무 소재를 이용한 핸드메이드(Handmade) 안경테를 만드는 아이웨어(Eyewear) 브랜드다. 소재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은 물론이고 브랜드 정체성과 철학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성된 매장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되 브랜드의 방향성은 철저하게 지키는 덕분이다. 최근에는 뉴욕의 대형 전시회 참가를 철회했는데, 이유인 즉 사가와후지가 추구하는 상품 소개 형식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참가하려 발버둥치는 브랜드들의 행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느와르 라르메스'는 얼마 전 홈페이지에 예상치 못했던 팝업 공지를 올렸다. 공지는 국내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며, 해외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김찬우 CD(Creative Director)는 국내 회원들의 사랑과 관심에 죄송한 마음을 전했고,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당분간 해외 활동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느와르 라르메스의 결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겠으나 중요한 건 국내 소지자와 시장의 요구를 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극장가에 재개봉 바람이 불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러브 액츄얼리'와 같은 시즌 영화부터 '시네마천국', '연인', '러브레터'까지 추억을 되살리는 명작이 잇달라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듯 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이터널 선샤인'과 같이 우리의 설렘을 채웠던 영화가 개봉 일을 앞두고 있다. 재개봉 작의 특징 중 하나는 '이야기'의 영화라는 점이다. 상상력이나 화려한 영상보다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개봉은 극장이나 배급사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다. 극단적 요소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관객의 주머니를 털기에 쉬우니까.
지금은 '격(格)'의 시대다. 영어를 빌리자면 'Elegance'다. 사람의 모양새든, 소비든, 상호관계든 우아함이란 정서가 유효하다. 예전에는 그 우아함이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을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이젠 굳이 내가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 갖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명확하게 거절(Refusal)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한 순간 의식하는 '척'을 버리고 더 먼 미래의 가치를 받아 들이는 개인주의적 수용 자세다. 내가 나를 솔직하게 마주볼 때 우아해진다. 2014년 생활 표어로 'Elegance is Refusal'을 삼는 것도 괜찮지 싶다.